모두가 악쓰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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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말은 노래를 위해 있다는 말이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누구나 노래를 잘 부르기 때문이다. 프랑스말은 사랑을 위해 있다. 아무리 무식한 사람도 프랑스말을 하면 시인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독일말은군인의 말 이라는 사람도 있고 철학자의 말이라는 사람도 있다. 영어는비즈니스를 위해 있다. 일본말은 외교를 하는데 어울린다. 예스와노가 분명치 않고 완곡한 화법을 잘쓰기 때문이다.그렇다면 한국말은 한국말은 싸움을 위해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것은 저녁에 방송드라마를 잠시 켜 보기만해도 안다. 어느 드라마라도좋다. 딸이 엄마에게 악쓴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악쓴다. 이를 아들이 맞받아 악쓴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극성을 떤다. 조용한 말은 전혀오가지 않는다. 사랑하는 애인들끼리도 부드러운 말을 주고 받지를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싸우듯 한다. 그걸 또 멋이라며 어린세대가 본뜬다.드라마는 현실의 거울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가 집안에서도 가족끼리도 예사로이 목청을 높이고, 기승을 부리고, 악을 쓰는가 보다. 그걸 좀더 재미있게 하느라고 혹 과장이 섞여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일본이든 미국이든 어느 나라 홈드라마에서도 우리나라에서와 같이 매일같이 한식구들끼리 목청을 있는대로 높이며 기승을 떠는 것을 볼수가 없다.요새 한국사람은 목청이 유달리 크다. 예전에는 초가 삼간에 2대가 함께 살아도 큰 소리 날세라 조심해서 살았다. 기침도 함부로 하지못했다. 그렇던 우리가 요새는 제멋대로 기승을 떤다. 가리는 것도 없다.눈치도 살피지 않는다. 관광호텔 커피숍에서도 서너명이 한 테이블에앉으면 옆자리 사람들 아랑곳 하지 않고 서로 큰 소리로 떠들어댄다. 남자들만 그러는게 아니다.워낙이 한국인의 목소리가 큰 것인가. 얼마전에 일본의 한 대학연구팀의 조사로는 미국의 여자 아나운서보다 일본의 아나운서쪽이 훨씬 소리가 딱딱하고 억양도 크다는 것이다. 소리의 높이를 나타내는 평균기본주파수도 미국이 최고 2백6헤르츠로 낮고 차분한데 비겨 일본은 최고 2백76헤르츠까지 올라간다는 것이다.그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중의 하나를 일본사람은 소리의 고저로억양을 나타내는데 영어에서는 소리의 강약으로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한다.우리가 듣기에는 그런 일본 아나운서의 목소리도 우리나라 아나운서에 비기면 엄청나게 부드럽다. 최근의 신호 지진을 보도하는 일본 아나운서 보다 이를 보도했을때의 우리나라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훨씬 더억양이 높고 강도도 컸다.받침이 적은 일본말의 특성과 강한 발음이 많은 우리나라 말과의차이 때문이라는 풀이도 있다. 김치를 먹는 우리와 단무지를 먹는 일본인의 차이에서 나왔다는 그럴싸한 풀이도 있다. 습도가 많은 일본과 건조한 날씨가 비교적 많은 한국의 기후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풀이도있다.이보다도 [작다]를 [짝다]라고 해야 직성이 풀릴정도로 거칠어진우리네 기상 탓이라고 보는게 더 옳다는 사람도 있다. 도시 우리나라에서는 드라마틱하게 억양에 효과를 내고 잔뜩 목에 힘을주고 말하는 아나운서가 더 인기가 있다니… .뭣보다도 우리가 너무나도 소음에 묻혀 살고있는 나머지 청각이무디어진 때문이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교통순경은 귀청이 떨어져라고 호루라기를 분다. 자동차들은 거침없이 경적을 울린다. 택시를 타면 손님이 좋아하든 말든 라디오를 크게 켜놓는다.서양사람들은 소음에 여간 민감하지 않다. 버스안에서 국민학교어린이들이 소란스러우면 운전사는 그들을 도중하차 시킨다. 독일에서아파트 입주계약을 할 때 제일 까다로운 것은 소음을 내지 말라는 것이다.밤 10시 이후에는 샤워를 쓰면 안된다. 온수 파이프를 통해 나는 소음이 다른방 사람들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밤중에는 절대로 벽에 못질을하면 안된다.외국의 아파트에서 바닥에 카펫을 까는 것은 사치가 아니다. 그것은 아랫집 사람들에게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한 필수품이기도 하다. 남의 소음에 엄격한 만큼 내가 내는 소음에 대해서도 엄격해야 한다. 그것은 또 내 말을 남이 들어주기를 바라는 만큼 나도 남의말을 들어줘야 한다는 인식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가 않다. 당신이 내는 소음은 들어줄 수없어도 내가 내는 소음에는 상관 말라는식이다. 그것은 내 주장만 하고남의 주장은 귀담아듣지 않겠다는 심정과도 통한다. 목소리 큰 사람이이기는 세상인 것이다. 그러나 목소리 큰것과 말이 거칠어지는 것과는다르다. 세상이 거칠면 말도 거칠어질 수 밖에 없다. 또 거칠은 말은사회를 더욱 거칠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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