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메이드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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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만 되면 되풀이되는 계절병이 있다.왠지 힘없어 하는 남편, 밥맛 없어하는 아이들. 주부들은 고민한다. 보약이라도 한재 지어 먹일까. 돈이 들텐데. 그래서 보약을 싸게 파는곳을 찾아 나선다.진단도 처방도 없이 살 수 있는 보약들. 약재시장에 나와 있는 '레디메이드 보약' 이다. 흔한 것이 십전대보탕 (十全大補湯) 이나 녹각 (鹿角) 대보탕, 남성들만을 위한 육미지황탕 (六味地黃湯) 그리고 여성을 위한 사물탕 (四物湯) 등. 요즘엔 그야말로 '철없이' 찾아오는 감기에 대비, 레디메이드 쌍화탕 (雙和湯) 을 사다가 상비해두고 한첩씩 꺼내 직접 달여먹는 알뜰 주부들도 많다.의사들은 말한다.한약이 간을 상하게 하는 주범이라고. 게다가 요즘엔 농약이나 수은이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값싼 중국산 약재들도 판을 친다. 약재 자체는 접어두더라도 기대한 만큼 약효는 볼 수 있을까. 한의학은변증논치 (辨證論治) , 즉 병증을 정확하게 분별한 이후에 치료방법을생각하라는 것이 기본개념. 그중 '인.지.시.병' 은 진단을 위한 4가지 요소다.인 (人) 은 사람에 대한 판별. 남자인가 여자인가, 어른인가 아이인가, 성격이 급한가 원만한가를 따진다.사상 (四象) 체질분류나 오행 (五行) 체질분류등이 그것이다.지 (地) 는 그사람이 속한 환경. 부자인지 가난한지, 어부인가 아니면 농부인가, 직업과 음식등 생활여건을 살피는 것이다.시 (時) 는 약을 먹는 때가 계절적으로 어느 때인가, 병증이 오전.오후 언제 심한가등이 변수가 된다.마지막엔 병 (病) 의 상태가 초기인가 말기인가, 진행속도가 빠른가 느린가를 본다.이 모든 징후들을 종합.분석한후 비로소 처방이 내려진다. '레디메이드 보약' 은 이 과정을 생략한 것. 뱀독도 먹으면 약이 되듯 모든 약성 (藥性) 이란 기본적으로 독성이다. 단지 필요한 독만을 골라내는 게 처방이다.원기를 돋운다는 십전대보탕도 만성 소화불량.변비등 소화기계통과 간염등 염증성질환을 앓고있는 사람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소화흡수가 안돼 여분의 약성이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 더구나 보약은 7~15일간 계속 먹어야 하므로 해독기능을 맡는 간이 손상받기 십상이다.몸에 좋으라고 먹은 보약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효과가 좋다는 '명약 (名藥)' 일수록 약재가 잘 선별되어야 하고 처방에 가감 (加減) 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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