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과 떡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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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새던 바가지가 밖에 나가서도 샌다던가.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교포가 세금관계를 잘 봐달라고 국세청 직원에게 1만달러를 주었다가 기소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담당판사는 의외로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 그 이유인즉 '미국에서는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것은 중범죄에 속하므로 중형을 선고해야 마땅할 것이로되 한국에서는 세무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관행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문화적 차이를 참작, 4개월 보호감호와 5년 집행유예의 가벼운 형량을 선고한다'는 것이었다. 정상참작이 아니라 관행참작인셈이다.사실상 떡값이니 촌지니 해서 신세진 사람한테 봉투를 건네는 우리 사회의 오래된 관행은 이미 생활문화처럼 굳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떡값과 뇌물의 차이도 애매모호해져서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에 따라서 그 기준도 들쭉날쭉이다. 교통단속 경찰이 위반운전자를 봐주고 몇만원 받았다가 발각되면어김없이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고급공무원이 1∼2백만원 받는 것은 떡값이라고 해서 관대하게 봐주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거물 정치인쯤 되면 웬만큼큰 덩어리의 몫돈 도 정치자금이라는 이름으로 불문에 부친다.감사원장 자문기구인 부정방지 대책위원회가 공무원을 상대로 설문조사 한것을 보면 응답자의 64·6%가 떡값은 용인된다고 대답했다. 용인된다고 응답한 사람중 61·4%가 떡값의 범위를 10만∼20만원이라고 답했다. 그중에는 소수이지만 50만원 이상이라고 대답한 사람도 있었다. 떡값에 대한 우리 공직사회의 인식을 엿볼수 있는 통계이다. 문제는 날이 갈수록 그 단위가 높아지는데다 인사치레의 떡값이 이권을 낚아 올리기 위한 떡밥으로 둔갑한다는데에 있다.떡밥이 오염시키는 것은 낚시터뿐만 아니다. 떡값이란 이름으로 오가는 떡밥은 공정경쟁을 해치고 공직사회의 맑은 물을 썩게 한다는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1996. 5. 16. 여 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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