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명예를 몰랐던 참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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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미디어 황제 제럴드 레빈 타임워너사 회장의 아들인 조나단 레빈(31)이 뉴욕 브루클린의 한 고교에서 영어 교사로 재직하다 제자에게 피살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인들은 오직 [가르침]에만 헌신해 온 그의 정신을 추모하며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뉴욕 시경(NYPD)은 7일(한국 시간 8일) 조나단 레빈(31)의 살해 용의자로 뉴욕의 브롱스 태프트고교 퇴학생이자 브루클린 지역 마약 밀매꾼인 코리 아서(19)를 체포했다.아서는 범행이 발견된 지 나흘 만인 6일 레빈의 체이스맨해튼 은행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던 중 폐쇄 회로에 얼굴이 찍혀 경찰에 붙잡혔다. 태프트고교는 레빈이 영어 교사로 재직하고 있던 학교다.뉴욕 경찰은 범인이 아파트로 찾아가 은행 현금카드를 요구하며 레빈의 손발을 테이프로 묶고 흉기로 가슴을 찌르며 고문하던 끝에 무참히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레빈은 재벌 회장의 아들이었으나 방 한 칸 짜리 싸구려 아파트에서 살아왔다. 재산이라고는 봉급을 아낀 은행 예금 약간과 방 안 가득한 책, 그리고 몇 달전 데려다 기르기 시작한 개 한 마리가 전부였다.그가 근무한 태프트고교에는 문제 학생이 많았다. 학생들의 총기 휴대 여부를 가리기 위한 금속 탐지기가 학교 입구에 설치돼 있는 그런 학교였다.레빈은 문제 학생들에게 언제나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일깨우는데 최선을 다했다. 봉급을 털어 가난한 학생들에겐 새 옷을 사주고 집 주변 식당에 데려가 저녁을 사 먹였다. 성적이 오른 학생에겐 뉴욕 양키즈 야구 경기도 구경시켜 주었다. 학생이 결석하면 집에 전화를 걸어 주었고 문제아들에겐 "언제 무슨 일이든 상의해달라"며 집 전화 번호를 알려주었다. 용의자로 체포된 코리 아서도 그런 문제 학생의 하나였다.레빈의 살해 소식이 전해지자 학교에선 추도 예배를 가졌다. 한 남학생은 울분을 참지 못해 주먹으로 벽을 내리치다 손가락이 부러지기도 했다. 다른 학생 11명은 실신, 병원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고, 10여명은 교사들이 부모를 불러 조퇴시켰다.그는 지난 70년 부모가 이혼한 후 아버지 레빈회장과 관계가 썩 좋지는 않았다. 레빈회장은 곧 재혼, 맨해튼으로 이사했고, 그는 동생 남매와 함께 어머니를 따라 롱아일랜드에서 살아왔다. 레빈은 88년 코넷티컷주의 트리니티대를 졸업, 한 때 보험회사에서 일하다 95년 봄 뉴욕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얻은 뒤 교사가 됐다.레빈은 아버지가 타임워너 회장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은 듯 하다.그는 몇 주전에야 학생들에게 레빈회장과 자신이 부자 지간임을 밝혔다. 각자의 자서전을 써 보라는 숙제를 내주면서 자신의 [자서전]을 들려줬던 것. 그때 한 학생이 "많은 재산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었다.그는 "아버지의 돈이지 내 돈이 아니다"며 "여러분의 장래 자서전은 여러분들의 힘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그는 수년 전 아버지와 화해, 부자간의 정을 나눠 왔다. 레빈회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그 아이가 하는 일은 내가 하는 일보다 수백배 중요한 것"이라고 칭찬해 왔다.뉴욕타임스지는 3일자 1면에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한 뒤 5일에는 이례적으로 개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설을 썼다. "레빈교사의 사망 소식이 1면 기사가 된 것은 그의 아버지가 레빈회장이기 때문이 아니라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헌신 봉사한 참스승이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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