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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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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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박초가지붕 위에 박꽃이 피었습니다. 하얀 나비가 하얀 박꽃 속을 드나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박이 열렸습니다. 처음에는 완두콩만하였는데 점점 자라면서 계란만해지고, 작은 공만 해지더니 이제는 큰공만해졌습니다. 크기가 자라면서 박에겐 은근히 기다려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하늘에 떠서 은빛을 내는 달처럼 자신도 환한 빛을내리라는 기대였습니다.마침내 박은 하늘에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만 해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크기는 다 큰 것 같은데 자신의 몸에선 한줄기 실낱같은 빛도 뿜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겠습니까한밤중에 박이 달을 보고 물었습니다."달님!""왜""나도 달님만큼 자랐는데 왜 빛이 나지 않지요"달이 빙그레 웃는 얼굴로 말했습니다."내가 아는 한 소녀가 있었지. 소녀는 어느날 극장엘 갔다 오더니자신은 배우가 되겠다고 하더구나. 그런데 얼마 후였어. 소녀는 미술전람회장엘 갔다 오더니 이제는 화가가 되겠다고 하는 거야.""그래서 배우도 되고 화가도 되었는가요""아니지. 몇 해가 지난 후에 보니 그녀가 창가에 나와서 말하더구나.'나는 배우도, 화가도 아니예요. 나는 지금 디자이너예요'라고"박이 물었습니다."왜 그렇게 되어야 했을까요"달이 대답했습니다."사람마다 타고난 재능이 각자 따로 있는 것이거든.""....." 박은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그동안에 달은 하현으로 기울어지더니 차차 상현으로 돋아니기 시작하여 다시 보름다리 되자 두둥실 떠올라 왔습니다.그 사이에 여물어진 박이 보름달처럼 환하게 웃으며 달에게 말했습니다."달님, 내가 할 일을 그 동안에 생각해 내었어요. 나는 단단한 그릇이 되겠어요."달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그래. 그 일은 나는 할 수 없지만 너만은 할 수 있는 몫이지."<핸디소프트 사보(私報) [핸디소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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