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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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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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어머니들은 음식의 간<鹽度>을 볼 때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던 눈물 맛의 간에 맞추었던 것이다. 그리해야만 그 음식 맛이 난다는 전통적인 지혜를 터득하고 있었다. 국물을 덥힐 때 새끼손가락으로 휘저어 음식의 온도를 체온과 같게 하는 것과, 음식의 간을 눈물이라는 체액(體液)의 염도(鹽度)와 같게 하는 지혜는 한국 음식 문화를 해석해 보는 중요하고 자랑스런 열쇠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고된 시집살이로 `눈물 서 말 흘리지 않고는 음식 맛을 못 낸다'는 속담이 실감을 갖게 한다. 칼로리를 재고 g을 재며 아무리 과학적으로 조리를 해도 내지 못한다는 `어머니의 맛'이란, 숨어서 울고 또 울어 눈물 맛을 익히지 않고는 못 내는, 그런 슬프디 슬픈 맛인 것이다. 남도 부녀자들의 잡가(雜歌)에 `고추방아 눈물은 싱겁디 싱겁고 시모 구박 눈물은 이다지 짜디짜냐. (中略)주루룩 흐르는 눈물은 시큼한데, 괴었다가 넘치는 눈물은 매캐하더라' 했으니, 얼마나 많이 울었기로 눈물 맛까지 가려서 분별할 수 있었던가 숙연해지기만 하다. 우리 옛 시인들은 주루룩 흘러내리는 눈물을 `루(淚)'라 하고, 흥건히 괴어있는 눈물은 淚 와는 달리 ) 라 표현했다.유배 중의 하서(河西) 김린후(金麟厚)가 저녁 노을 지는데 `리소경 (離騷經)'을 읽다가 문득 읊은 시가 있다. `푸른 강물 위에 부르지 못한 혼이여, 강물 위에 부르지 못한 혼이여, 백일이 어느 때에 원통함을 비춰주리. 석양에 물든 눈물 억울해서 못 떨어뜨리겠네'하였고, 후에 하서 의 문인(門人) 하나가 시 속에서 그 석양에 물든 채 못 떨어뜨린 스승의 눈물, 눈물을 실에 꿰어 목에 걸고 있으니 `누'의 미학(美學)을 이 만큼 삭혔던 나라가 또 어떤 다른 나라에 있었던가 싶다.근간 `뉴욕 타임즈'에 눈물 속에는 세균을 죽이는 라이소팀이라는 성분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 농도에 따라 분비량이나 분비 농도가 크게 달라지는 `로이시닌켈팔린'이라는 성분이 발견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성분은 양파를 썰 때 나오는 물리적 눈물에는 없고, 슬퍼서 울 때 나는 감정적 눈물에만 분비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고추 방아 눈물에는 그 성분이 없어 싱겁디 싱거웠고, 팔자 타령 눈물에는 그 성분 때문에 짜디 짯으며, 괴어 흐르는 누에는 그 성분이 농축되어 매케했던 것이 아닐까. 하서의 문인이 꿰었다는 누의 구슬은 바로 그감정 화학물을 농축시킨 구술이 되겠고…. 그렇다면 `로이시니케팔린'으로 간을 맞추었던 한국 음식은 그 하나 하나가 시(詩)가 아니었던가-. 정말 멋있다.8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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