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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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레 글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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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가 얼추 끝났다. 오동나무 아래 탁자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던 밥상공동체 식구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떴다. 저녁밥을 얻고 싶어서 봉사자를 찾는 당뇨병 할머니만 기웃거릴 뿐이었다. 그때, 한 할머니가 내게 와서 묻는다.{내일도 밥 줘요} {아, 그럼은요.}{모래, 글패는}{모래, 글패도 드리지요.}{내일, 모래, 글패 말이요}{…}오늘도 어김없이 [글패] 할머니는 내일 걱정이 심하다. 점심식사가 끝날 때 쯤이면 똑같은 질문을 하는 할머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물론 우리는 말의 책임을 져서 그녀가 말한 [내일, 모래, 글패]에도 어김없이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을 위해 밥상을정성스레 차린다.그렇게 해 오기를 벌써 6년째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그녀는 그 6년을 한결같이 식사가 끝나기만 하면 나에게나 다른 봉사자에게 찾아와 똑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단 한번도 빠지는 일 없이, 잊는 일도 없이...그래서 우리는 그 할머니를 [내일, 모래. 글패]할머니라 부르게 됐다.급하면 [내일 할머니]나 [글패 할머니]라 부르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그 할머니를 [글패 할머니]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많은데 이유는 그 할머니 특유의 억양으로 [글피]를 [글패]라고 올려서 발음하기 때문이다.오늘도 그 할머니를 어깨를 두드려서 안심시켜 보내고 사무실로 들어오자니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간다.{참, 불쌍한 할머니로구나. 어쩌다 저렇게 되셨을까 걱정도 습관인가 보다!}{어떻게 6년을 한결같이 저럴까 일종의 정신병인가 보다.}[글패 할머니]의 걱정은 습관이거나 확신할 수 없는 내일에 대한 극도의 불안증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건망증까지 겹친... 오늘 하루일을 생각하고 내일일은 내일에 맡겨도 좋으련만, 할머니의 걱정은 내일로도 끝나지 않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모래,글패까지 염려하느라 맘 편한 날이 단 하루도 없으니 말이다.걱정도 미래진단형으로 발전하여 자신의 앞날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이뤄낼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 실행해 나간다면 그 얼마나 다행스런 걱정인가. 하지만, 단순히 맘 조이는 걱정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물론 한 세상살이를 하다 보면 염려되고 걱정되는 일이 누구에겐들 없으랴! 이 땅에 발을 딛고 제 그림자를 만들며 사는 사람이라면 각자 자기 나름의 근심, 염려, 불안, 걱 겸다 있을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하지만 각자의 근심이나 걱정거리를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어떤 이는 걱정을 스스로 풀어 나가고 어떤 이는 다른 사람의 힘을 빌어 해결해 나가고... 그가 자신의 걱정거리를 어떻게 처리해 내는가에 따라 그 사람 얼굴표정 또한 달라진다. 그 걱정에 지면 얼굴이 어둡고 걱정을 잘 이겨내면 밝은 얼굴로 살아가게 된다.그래서 우리들의 멋쟁이 시인 예수는 오늘도 우리가 환한 웃음을 함빡 머금고 살아가라고 말씀하시는가 보다. {하늘을 나는 새를 보라. 들의 백합꽃이 어떻게 자라는지 살펴보아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아라...내일 일을 걱정하지말아라.}나날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걱정과 염려를 하늘을 나는 새처럼,들꽃처럼 다 창조주의 손에 맡기고 그분의 의를 구하며 살아가는 연습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그리고 [글패할머니]와 그 친구들에게 하늘을 나는 새떼와 이름 모를 들꽃들이 걱정|근심없이 사는 법을 가르쳐주는 아름다운 전원에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앞당겨지도록 모두가 기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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