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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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건 자동차가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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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사람의 사랑 하나를 얘기해 보겠다. 어떤 사람이 아침에 차를 타고 출근을 하는데 자동차 하나가 느닷없이 다가와 찍하고 창문 옆을 그러 버리는 것이다. 두 차는 섰다. 운전자 두 사람이 나온다. 사고를 낸 사람은 중년 부인이었다. 부인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면서 사과했다. "제가 운전이 미숙해서 실수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말할 때에 이쪽도 아침에 좀 재수없기는(,이런 표현은 온당치 못하다) 하지마는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아, 그렇습니까"하고 얘기하다보니 박은 쪽의 차는 앞이 푹 들어갔다. 나온 지 이틀밖에 안된 새 차였다. 부인은 자기 차를 보고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는 것이었다. 이틀밖에 안된 새 차인데 머리를 들이박아 놓았으니 말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남편에게 미안했다. 남편이 사랑해서 사준 자동찬데 이틀도 못돼 푹 들어가게 만들어 놨으니 눈물이 나올 수 밖에. 그러나 좌우간 사고 처리는 해야겠기 때문에 보험 든 거라든가 면허증이라든가 혹은 무슨 등록증 같은 거 다 가져와야 했다. 교통경찰의 요구로 그런 것들을 가져 오려고 자동차 안의 사물함을 열었다. 여니까 거기에 일건 서류를 다 갖추어 봉투에 딱 넣어 놨다. 남편이 해 놓은 것이다. 봉투를 본 즉 봉투 면에 큰 사인펜으로 쓴 글이 눈에 들어왔다. '만일에 사고가 나거든 여보, 이것을 잊지 마오. 꼭 기억할 것은 이것이오. 내가 사랑하는 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라는 것을.' 이걸 보는 순간 이 부인은 너무도 고마워서 또 울음을 터뜨렸다. 이런 남자라면 괜찮은 남자이다. 성숙한 것이다 자동차야 찌그러지건 말건 내가 사랑하는 건 당신이오, 속상해하지 말어, 하고 아예 미리 딱 편지를 써 놓은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가 새 차 찌그려가지고 들어오면 "정신이 있냐 없냐"하고 노발대발하는 남편들과는 너무도 대조되지 않는가 사랑이라는 것이 이렇게 자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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