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TOP
DOWN


날, 두 번 울리는구먼!

본문

"날, 두 번 울리는구먼!"글쎄, 빈손으로 가지 말고 돈 봉투나, 하다 못해 음료수라도 사가라니까! 뭐라도 갖고 가야 신경을 써 주지.""그래도 어떻게….""쯧쯧… 세상 물정을 그렇게 몰라 가지고 보상을 받기나하겠어"막노동판에서 동생을 잃었다는 옆집 김씨는, 빈손으로 간다는 저를 보며 혀를 찼습니다.축 처진 어깨, 숙여진 고개.복지과의 문을 들어서는 사람들 손에는 어김없이 음료수상자라도 들려져 있고, 그것들이 책상 밑으로 밀어 넣어져야, 사건 얘기가 들려진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말입니다.공장에서 일하다 앓게 됐지만, 제 병명이 뭔지 이 병원 저병원에선 별 게 아니라며 돌려보내기가 일쑤입니다. 어려운 살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옆집 김씨말이 내내 걸렸지만, 저는 그냥 빈손으로 찾아갔답니다.앳돼 보이는 그 아가씨는 싫은 기색 없이 제 얘기를 듣고,이곳 저곳에 전화를 걸며 지루할 만큼 길게 통화를 하고, 뭔가를 계속 부탁했습니다.기다려 보라는 그 아가씨의 소리가 귓바퀴에서 윙윙거리고,음료수 상자라도 들고 가라던 김씨의 목소리가 자꾸 들려 왔습니다.하루가 지나고 또 지나도 연락은 오지 않았죠. 빈손으로 갔던 제 자신을 탓하던 어느 날, 전화가 왔습니다."아저씨, 이제 치료받으실 수 있대요. 다 잘 됐어요."순간 울컥 눈물이 쏟아질 뻔했답니다. 병원 비를 받을 수 있어서가 아닙니다. 제 일처럼 기뻐해 주는 그 아가씨의 목소리때문이었지요.그 때서야, 전 음료수 상자 하나를 사 들고 갔습니다.하도 고마워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 아가씨는 큰문 앞까지따라 나와, 제가 건네 준 음료수 상자를 되돌려 줍디다."저는 제 일 한 것뿐이에요. 아저씨 병원 치료 잘 받으셔서어서 빨리 나으셔야죠."다 큰 어른이 그만 눈물을 흘리며 목이 메어 말했습니다."아가씨가 날 두 번 울리는구먼."<어느 노동자의 이야기>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499 건 - 445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