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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미울지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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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패망한 1945년 8월 15일이 지난 며칠 후였다.황신덕선생은 뜻밖에 정자옥을 경여하던 고바야시의 부인 게이코로부터 방문해 달라는 전화를받았다. 게이코와 황신덕은 일본여자대학 선후배 관계로 평소에 안면이 두터웠다.게이코는 독실한 불교신자이면서도 다른 일본인과는 행동이 달랐다.그녀는 말없이 자선사업을 벌이기도 하고,고아를 데려다 손수 키우기도 하였다.심지어는 지저분한 시청 청소나 공중변소의 오물을 직접 치우기도 하였다.나라는 미울지언정 인간 게이코의 됨됨이를 아는 추계 선생은 충정로에 있는 그의 집을 방문하였다."우리는 패망한 국민입니다.그 동안 조선에 온 후 모든 기물을 잘 갖추고 지냈으니 이제 모든 것을당신에게 돌려드리고 가겠습니다. 저희가 쓰던 이 집과 부속된 기물만은 학교를 위해 써주십시오. 우선 학교에서 맡아두시면 훗날 적의 물건으로 취급받더라도 연고권을 인정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부탁입니다." 그러면서 게이코는 자신의 나라가 저지른 죄를 사죄하였다."빈손으로 와서 잘 먹고 지냈으니 고마울 뿐입니다.국가의 정책으로 서로 원수가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나 인간으로서의 정의를 생각하여 우리의 뜻을 받아주십시오."추계 선생은 여러 관계자와 이 문제를 의논하여그들의 뜻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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