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본문
스무살의 한 청년이 있었다니다.기름 먼지가 날리고 파란 물방울이 흩날리는 강남 고속 터미널 세차장에서 따갑게 달궈진 고속버스들을 닦으며 어둠이 깊어지도록 저녁도 먹지 못한 채 일하다가 먼지에 얼룩진 모습 그대로 야간 훈련원을 향해 지친 발걸음을 옮겨야 했던 젊은이였습니다.(저는 지금, 바로 그 스무살 젊은이에게 있었던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드릴까 합니다.)언제부턴가 야간 훈련원을 마치고 밤 11시가 가까운 시간, 터미널의 조그만 인부들의 숙소로 돌아올 때면 지하도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마주 치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답니다. 허름한 몸빼 차림에 언제나 허연 수건을 머리에 두른 채로 두눈은 퀭하니 들어가고, 그리고 핏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얼굴…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별로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하는 하머니 한 분.... 그 할머니는 지나간 사람들의 뒤를 따라다니면서 껌을 좀 사줄 것을 구걸하고 다녔답니다.그러면 사람들은 그 할머니의 그런 모습을 마치 길다란 지하도 한 귀퉁이에 버려진 조그만 휴지조각처럼, 마치 자신들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존재이듯 여기며 그냥 스쳐지나갔답니다.스무살의 그 청년은 언제부터인가 주머니에 잔돈을 준비해 다니면서 그 할머니의 껌을 사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월급이랍시고 받는 17만원의 돈으로 차비와 훈련원비를 해결하고 나면 늘 언제나 하루 세끼는 거의 라면으로 때워야 했고 고속버스안을 청소하다가 남들이 먹다 남겨 놓고간 호도과자 들을 모았다가 허기진 배를 채워야 했던 그 젊은이였지만 그는 언제나 할머니의 껌을 사드리기 위해 잔돈을 준비해 가지고 다녔답니다.그러기를 몇달! 그날을 그가 미처 돈 한 푼 가지고 나오지 못해 주머니에는 단지 버스 회수권 몇장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날은 그냥 할머니를 지나치려 했는데, 그날 따라 사람들의 뒤를 따라다니며 껌을 사달라고 하지도 않고 가만히 계단 끝에 앉아계시던 할머니가 그 젊은이를 불러 세우는 것이었습니다."총각, 잠깐 나 좀 봐!""예""껌을 사 달라는 게 아니고... 실은 총각한테 줄 게 있어서 그래. 보아하니 낮엔 일하고 밤늦게 공부하러 다니는 사람 같은데 받아줘! 매번 이 늙은이한테 잘 해주는게 하도 고마워서...값비싼 건 아니지만 받아주..."그 할머니는 신문지에 뭔가를 꼬깃꼬깃 정성스레 싸두었다가 그 젊은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가 건네주었습니다."할머니. 뭘 이런걸...! 고마워요. 잘쓸게요. 그럼 많이 파세요"그는 감사 인사를 건네고 발길을 돌렸답니다.그 젊은이는 할머니께서 건네주신 신문지 꾸러미를 받아쥐고 또 하루의 피곤을 풀 인부숙소로 향했습니다.밤 12시가 다 된 시각.라면을 끓여 대강 저녁을 해치우고 그는 할머니께서 주신 신문지에 싸인선물 뭉치를 조용히 끌러보았다니다. 청년은 그 신문지에 정성스레 싸인 선물을 내려다보며 한참을 말이 없었습니다. 그 안에는... 70원짜리 캠퍼스 볼펜 검정, 빨강, 파랑... 이렇게 세자루가 들어있었습니다...다 합쳐봐야 210원 어치의 선물... 왜일까요 젊은이는 처음엔 흐뭇한 마음의 미소를 띄는 듯 했지만 그것도 잠시... 그 세자루의 볼펜을 내려다보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습니다. 마음에는 알 수 없는 설움이 북받쳐 올라 요동치고 있었습니다.왜일까요 선물을 받으면 기쁜 법이라는데...! 할머니께서 젊은이에게 준 210원어치 선물! 그 값이 너무 적어서 였을까요당신이 그 입장이 되어 이런 선물을 받으셨다면 어떠했을까요 저는 아직도 그 때의 그 설움의 눈물의 이유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그 청년은 그날밤 한숨도 못자고 그 할머니만을 생각했답니다. 그는, 하나님이 정말 계사다면 그 할머니에게도 하나님 당신의 사랑을 나눠달라고 기도했었답니다.이제 30일후면 제대를 하게 됩니다. 이제 정말 그런 세상에 다시 돌아가게 되는데 그 껌장수 할머니 같으신 '가난한 분'들이 한 명이라도 줄어있기를 바랄뿐 입니다.찬미에 하나님의 사랑이 언제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1992. 7 . 21. 충남 태안군 ○○부대 경비중대 하사 최 성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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