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 상황
본문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신앙과 지제 세계대회에 김재준이 참석하여 '교회와 교직' 분과에서 발언한 내용이다."이 회의에 참석하면서 나는 계속 일조의 '이방인'과 같은 소외를 느꼈다. 그 책임이 내게 있는지 회의 자체에 있는지 아직 확언할 수 없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여기서 다루는 교회와 사회, 신앙과 직제등의 과제와 토의 내용은 서구의 부유한 사회, 즉지배적위치에 있는 사회와 서구적인 전통과 역사속에서 수천년 성숙한 교회를 소재로 그 신앙과 직제를 현시대에 대응시키려는 논의가 거의 전부라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부유한 사회가 아닌,빈곤한 사회인데다가 교회는 비기독교적 복수 종교의 전통과 역사속에서 자랐다.나는 한 사건을 예시하겠다. 남대문 밖 한 신자 부부는 둘다 소학교 교사로서 지성과 도덕을 겸비한 온건한 시민이었다. 그들은 다섯 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오랜 실직 중에서도 직업을 구할 수 없었다.그래서 어린아이들이 길가에서 구두를닦고 세 살먹은 아이는 단풍잎 같은 앙증스런 손을 내밀어 지나가는 행인에게 구걸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견대다 못한 교사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자살해 버렸다.이 경우에 목사가 와서 뭐라 하겠는가 자살은 살인에 해당하는 범죄니 장례식을 치를 수 없다고 할 것인가 아이들까지 죽일 권리는 없었다고 비난할 것인가너의사회가 부조리해서 그런 것이니 네사회의 책임이며, 너희들은 자기 사회문제도 관리못하는 바보족속이라고 경멸할 것인가그렇지 않으면 신앙도 직제도 윤리도 따지기전에 인간과 인정-사랑의 격정으로 같이 울며, 몸으로 이 부조리한 현실에 도전하여 고난에 동참할 것인가나는 이런 절박한 현실에 몸으로 부딪치지 못하는 '대회'는 '공염불'이 아닐까우려된다."그러자 시끌벅적하던 회의장은 이 발언으로 인해 일순 조용해졌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