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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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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샘(泉)이 하나 밖에 없는 나라가 있었다.그 나라 사람들은 광천(狂泉)이라 불리는 그 샘물을 마시고 미치지 않은 자가 없었다. 부자유친(父子有親)이며 장유유서며 남녀유별따위는 없어지고, 탐나면 빼앗고 기가 동하면 능욕하고 화나면 불지르고 멋대로 안 되면 살상을 자행하였다.오로지 임금만이 샘을 파 마셨기로 혼자만이 미치지 않고 무사할 수 있었다. 나라안 모두가 날뛰고 있기에 오히려 미치지 않은 임금을 미친 사람으로 보고 임금님을 잡아 그 미친병을 고친다 하여 뜸질 찜질을 하고, 귀신 쫓는다 하여 거꾸로 매달아 패고 살점을 저미었다. 임금은 고통을 참지 못해 광천물을 먹고 미쳐버린다.송나라 학자 원찬(袁粲)의 <묘덕 선생전(妙德先生傳>에 나오는 이야기로, 최소한도의 도덕적 거리를 유지시키는 고리 빠진 난세를 빗대고 있다.<자살론>으로 유명한 뒤르켕은 욕망투성이의 인간 행위를 규제하고 억제시키는 공통의 가치 및 도덕 기준을 상실한 혼란 상태를 '아노미 현상'이라 했다. 광천 현상은 바로 아노미 현상인 것이다.소녀를 납치해다 매음을 시키고 소년을 납치해다 병신을 만들어 구걸시켜 잇속을 챙기는 것은 약과인지 모른다. 너덧 살 먹은 것을 곡예를 시키고자 가두어 사육하고, 고아 소녀를 양녀로 집에 살게하고는 수욕(獸慾)을 충족시키기도 한다. 광천 물을 먹지 않고는 그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허술한 농촌 일꾼이라 하여 소외당한 데 대한 역심리(逆心理)는 이해가 가지만, 살다 보면 허다한 그만한 소외감을 삭이지 못하고 카바레에 화염병을 던져 불특정 대량 살인으로 보복한 것이며, 아무것도 갖지 않고 혼자 태어나 아무것도 갖지 않고 혼자 죽는 것이 인생인데, 혼자 죽는 것이 뭣이 그렇게 억울한지 눈감고 1 백20 킬로미터 속도로 아이들 놀고 있는 광장을 달려 불특정 대량 살인으로 앙갚음을 했을까.뒤르켕은 아노미 사회 현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상부상조하고 기쁨과 근심을 서로 나누는 지역 공동 사회의 해체, 자신의 행동이 연대 연계되는 대가족 제도의 해체, 고독하거나 소외되었을 때 의지하게 마련인 종교적 기둥의 상실, 그리고 도시화.기계화. 핵가족화 등 근대화 과정이 빚어낸 자기 중심적인 자아(自我)의 비대를 든다. 자기중심적인 욕망으로 머리통만 크고 이 욕망을 자제하는 도덕적 가슴은 새가슴만큼 작은데, 본능 추구와 생식기만 크게 달려있는 기형의 인간들이 광천 물 먹고 난무하는 요즈음은 말세다 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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