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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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전단 떼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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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비가 내리던 지난 여름날. 약속시간에 맞추기 위해 집에서조금일찍 출발한 박부애(여·인천시 남동구 만수주공아파트)씨는 전봇대 앞을 서성이는 한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큰 우산을 들고 뭔가를 기다리는 눈치로 묵묵히 전봇대를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 동네에서 가끔 얼굴을 마주쳤지만, 눈 인사만 주고받는 정도여서 말을 붙여볼까하다 약속시간을 생각해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며칠 뒤 비오는 날. 박씨는 우연히 그 부근을 지나다 다시 그 할아버지를 만났다. 여전히 할아버지는 큰 우산을 들고 부근의 다른 전봇대 앞에서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주걱같은 도구를 손에쥔채….박씨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말을 붙였다.{비가 오는데 왜 여기에 서 계세요}.할아버지의 대답은 의외였다. {응, 비가 오는 날이면 바빠져요. 무슨 종이들을 이렇게 전봇대에 붙여놨는지…. 비가 와야 이놈들이 잘떨어지거든.}.할아버지는 전봇대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광고전단을 떼기 위해 비오는 날이면 전봇대 앞에서 전단이 젖을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박씨는 비만 오면 어김없이 할아버지의 똑같은 모습을 발견했고, 동네전봇대는 몰라보게 말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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