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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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의 행복이 있다. 때로는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일 수 있는데도 그 큰 행복은 바로 공짜이기 때문에 전혀 의식되지 않는 경우가 예사이다.나는 만리장성이나 피라미드를 보고 그것들을 구축하는 모진 부역에 동원된 고대 중국인이나 이집트인으로 태어나지 않고 현대의 한국에 삶을 얻은 행복을 비로소 깨달았다.▼ 남쪽에 태어난 행운 ▼신문활자가 아니라 생생한 TV화면을 보면서 역시 비아프라나 소말리아 또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태어나지 않았던 행복도 깨닫게 된다. 내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일부러 슬기롭게 그런 고장을 피했던 결과는 아니다. 그것은 나의 노력이나 선택과는 아무 상관 없는 공짜의 행복이다.그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해방후 분단된 한반도에서 북쪽이 아니라 남쪽에 살게 된 것도 우리가 그 고마움을 흔히 잊고 지내는 공짜의 행복, 매우 큰 공짜의행복이라 이제는 깨닫게 된다.물론 오늘의 남쪽 동포 가운데엔 사선(死線)을 헤매면서 38선을 또는 휴전선을 넘어온 수많은 월남동포 1세들이 있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자손들이나 그밖의 원래 남쪽사람들은 어떤 선택이나 노력의 결과라기보다는태어난 곳에, 혹은 지금까지 살던 곳에 그냥 눌러 앉아 살다보니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이다.하긴 남쪽에 살던 사람들 가운데서도 해방후 이쪽이 싫고 저쪽이 좋다해서 천신만고 끝에 월북한 사람들도 있었다. 고향을 버린다는 것은 보통사람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비범한 결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의 이념을 위해 월북한 박헌영 이승엽 등 남로당 간부들이며 좌경문화인들이 북에서 용도폐기처분될 때엔 한결같이 미제(美帝)의 간첩이란 억울한 누명으로 개죽음을 당한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북에서 넘어온 동포들은 남쪽에서 정 군 관(政軍官)의 요직에 진출하고 기업인 학자 예술가로서도 크고 작은 성취를 통해서 한국의 정치경제 문화 발전에 큰 몫을 해오고 있다. 그러한 대조를 관망하더라도 나는 선택이 아니라 운명에의해서 남쪽에 살게 된 것을 무상(無償)의 행운으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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