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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 묻은 담배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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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 묻은 담배연기개화기에 번졌던 '담바고(담배)타령'을 보면 당시 여성의 흡연이 별스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담바고 곁의 곁잎 다 제쳐놓고 속의 속잎 잘 말려서 네모 번듯드는 칼로 어슷어슷이 썰어놓고 총각의 쌈지도 한 쌈이요, 처녀의 쌈지도 한 쌈지라.....는 대목이 그렇다. 또 물 길러 가다가 또아리 벗어 손목에 걸고 동이는 내려 옆에 끼고 담바고 한모금, 눈앞에 황룡, 청룡이 어른댄다는 대목이나, 저기 가는 저 할머니 담바고 한 대 물려드릴께 딸 하나 있나 없나 대꾸 좀 하고 가구려.....하는 대목에서도 부녀자의 흡연이 상식적이었음을 알게 된다.18세기의 실학자 이덕무(李德懋)의 '사소절(士小節)' 부의(婦儀)에도 우리 여인들의 흡연에 대해 이렇게 씌어 있다.담배를 피우는 것은 부인의 덕을 크게 해치는 일이니 정결한 버릇이 아니다.그것은 담배 냄새에 오래 훈습이 되면 흐르는 침을 제대로 거두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담뱃가루가 음식에 한번 떨어지면 다 된 음식 전체를 버려야 하니 어찌 부인이 가까이할 물건이겠는가. 그래서 계집종이 담배 피우는 도구를 가지고 가마 뒤에 따르는 것을 볼 때마다 밉다 했다.부자집 아낙들이 연비(煙婢)라 하여 담뱃대를 들고 뒤따르는 계집종을 따로 정해놓았을 정도로, 부녀 흡연은 도덕적으로 경계해야 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다만 양반사회에서는 부녀 흡연이 악덕시 되었지만 상민, 천민 하는 신분 계층사회의 붕괴와 더불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주의하게 된다. 곧 부녀자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바로 상민이나 천민임을 표방하는 증명이었다. 그렇다면 신분이 평준화돼가는 사회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스스로 신분를 격하하는 증명이 되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되고 또 피우지 못하게 되었음직하다.이처럼 부녀 흡연과 신분이나 인권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1850년의 여권운동은 여성도 바지를 입어야 한다는 블루머(여성 바지)착용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당시의 맹렬여성들은 블루머를 입고 담배를 입에 문 채 뉴욕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으로 저항했던 것이다. 19세기까지 여성 담배를 블루머로 속칭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곧 담배는 여권신장의 표상이요 무기였던 것이다.한 여론조사기구가 우리 나라 5대 도시의 남녀 흡연율을 조사한 것을 보면, 남성흡연율은 60퍼센트로 하강추세고, 여성 흡연율은 20퍼센트로 급상승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특히 중상류층과 고학력층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하니 남성우위의 전통에 대한 저항과 여권신장의 척도를 루즈 묻은 담배연기로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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