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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 주부들 이상한 전자오락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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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강남에 사는 한 50대 주부는 딸 결혼식을 깜빡하는바람에 망신을 톡톡히샀다. 식에 앞서 한복까지 챙겨 입고 머리손질을 하러 미장원에 들른 그녀는 '퍼머가 다 풀렸다’는미용사의 말에 결혼식은 까마득히 잊은 채 느긋하게 머리를맡겼던 것이다. 미용실 문을 나서면서 그제야 결혼식에 생각이미친 그녀는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식장으로 달려갔지만 결혼식은 이미 끝난 뒤였다. 또다른 경우인 인테리어 디자이너황인경씨(36). 그녀는 지난해 겨울내내 회사에 코트를 걸어둔채 추위에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퇴근할 때 코트를 입고 나가는 걸 깜빡했다. 일주일이지나도록 사무실 행어에 내 코트와 똑같은 옷이 걸려있길래 도대체 누가 칠칠찮게 옷을 잊은 채 다니나 했다.”겨울이 다 가도록 자신이 걸어둔 코트인 줄 까마득히몰랐다는 황씨. 이 일로 그녀는 남편에게 두고두고 놀림을받아야 했다. ‘심각한 치매 중증환자’라고.전업주부인 이희정씨(32)는 모처럼 남편과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외식하기로 한 날 한껏 차려입은 정장 아래 멋모르고 집에서 신던 슬리퍼를 끌고 나갔다.그런가 하면 현관문을 잠그러 갔다 그 사실을 깜빡하고 애꿎은 현관불만 켜놓은 채 들어왔다는 주부, 방금 전에 문을 열어준 남편을 잊고 ‘왜 그이가 오늘따라 퇴근이 늦을까’ 걱정했다는 주부 등 크고 작은 건망증에 시달리는 주부들이 우리 주변에는 수두룩하다.최근 불어닥친 ‘치매 신드롬’의 영향으로 사소한 건망증에도 ‘혹시 치매가 아닐까’ 전전긍긍하는 주부들. 최근 이들30 0대 주부 사이에 미니 전자게임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특히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호출기 크기보다 작은 게임기를 들고 손을 꼼지락거리며 게임에 몰두한 주부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바로 치매 예방을 위한 처방이라는 것.“머리와 손을 자주 쓰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길래 아들이 가지고 놀던 게임기를 얻었다. 크기가 워낙 작아 주머니속에도 들어가기 때문에 외출할 때도 항상 들고 다닌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안성맞춤이다.”하루 1시간씩은 꼭 게임기를 사용한다는 주부 이정주씨(39)의 말이다.올해 초부터 대만이나 일본을 통해 본격적으로 수입된 미니전자게임기는 용산전자상가나 종로 세운상가 주변 또는 지하철 안 노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격도 5천~7천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고 작동방법이 간단한데다 테트리스, 갤러그, 벽돌치기 등 30 0대들에 익숙한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어 더욱 주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세운상가 주변에서 미니 전자게임기를 파는 40대 노점상 주인에 따르면 서너달 전부터 게임기를 사가는 주부들이 부쩍많아졌다고 한다.“어떤 아주머니는 친구에게 선물할 거라며 5개를 사고 3천원만 깎아달라는 경우도 있었다”고 얘기한다.21세기형 질병으로 불리는 치매. 뇌세포가 원인 모르게 죽어가는 이 질병은 현재까지 정확한 원인과 뚜렷한 치료방법이계발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을 염려증 환자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실정을 반영하듯 최근 보험사들은 치매보험 상품을 새롭게 내놓기도 했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높다는 의학계의 발표는 사소한 일에도 깜빡증이 심한 주부들에게 더욱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는 실정이다.“툭하면 치매에 걸린 노모를 아들이 고려장 시켰다느니, 버리거나 굶겨 죽였다는 끔찍한 뉴스가 자주 매스컴에 오르내리지 않는가. 나중에 혹시 내가 치매에 걸려 자식들 고생시킬지모른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털어놓는 주부 김영분씨(42).김씨 역시 최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주부에게 미니 게임기가 좋다는 얘길 듣고 얼마전 아들을 시켜 사오게 했다고 한다.치매예방을 위해 불과 가로×세로 3~4㎝ 정도의 콩알만한 미니 게임기를 들여다보며 오락에 몰두하는 주부들. 이들의 바람대로 미니 전자게임기는 정말 치매예방에 효과적일까.신경정신과 전문의 신승철 박사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의학계에서 치매예방법의 하나로 ‘시각-운동의 협응능력’을 꼽는다. 시각과 손의 움직임을 동시에 사용하게 함으로써 대뇌신경 반사운동을 촉진시키는 것을 일컫는데 이는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기도 얼마간 치매예방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크기가 작은 화면을 흔들림이 심한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오래 들여다보면 시력에 무리가 생기므로 주의해야 한다.”치매 염려증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한, 집 밖이건 안에서건 쌀알만한 버튼을 눌러대며 ‘치매추방’에 열중할 주부는점점 늘어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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