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원 짜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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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 지더니 장대같은 비가내리기 시작했다.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50미터 남짓되는 그 거리에서도이미 나는 젖을대로 젖어 버렸다.버스안에는 이미 비를 피해 일찍 귀가를 서두르는사람들로 가득하였고 이것저것 생각 할것도 없이 올라탄나는 버스 손잡이를 쥔채 비에 젖은 머리를 대충 손수건으로훔치고는 사람들의 땀내음 비릿한 머리내음속에서여느때처럼 졸기 시작했다.버스가 연희동 마포를 지나 여의도로 접어드는 다리를건널때 쯤 머리에 뭔가 번쩍하는게 있었다.아~~이럴수가오랬만에 휴가나온 서클선배를 만나 반가움을 나눈다는게길어진 학교앞 술자리에서 주머니에 마지막으로 남은 한푼마저다 써버리지 않았던가.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바지 뒷호주머니까지 뒤져보고 책가방을샅샅이 훑어도 없는 버스표가 나올리는 없었고안절부절 하는 새 내가 내릴 버스정류장은 이미 두 정거장을지나쳤고 내 얼굴은 달리는 버스 속에서 점점 흙빛으로 바뀌었다.그리고 얼마전 버스운전사에게 "저..버스비가 없던데요."말했다가"에이.. 아침부터 미친년이" 하는 소리를 들으며 울고 내리던가냘픈 직장처녀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아...내가 이런일을 당할줄이야.그 후 머리속에서는 봄 논가에 와글거리며 울던 개구리소리가가득하고 텅 빈 하늘같이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고가슴은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무심한 버스는 점점 내가 내릴 정류장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그때 가만이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사람이 있었다.멍하니 돌아본 내 뒷켠에는 노신사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고살며시 내 손을 마주 잡은 그 노신사의 손에서 버스비60원이 내 손으로 옮겨져 왔다.어디서 시작된지 모르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는 것을참으려하자 눈 앞이 흐려져 왔다.고개를 숙여 인사하려는 나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만류하고노신사가 물었다."이미 내릴곳이 지나쳤지요""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다."후후..그럼 내 이야기를 듣고 다음에 내려요.내릴때 버스비30원과 다시 지나친곳 까지 갈 버스비 30원을 드렸으니.오래전 나도 학생처럼 버스비가 없어서 발을 구르던 때가있었어요. 그때 시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 한분이 저에게버스비를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 하셨지요.이 돈은 그냥 주는것이 아닙니다.언젠가 누군가가 그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느낄때이 돈을 드리세요..그게 제게 갚는 것 입니다.그러시면서 웃으며"이 돈은 이자가 비싸요" 하셨지요.그 일이 있은지 15년이 지났지만 난 그때 그 아주머니의목소리와 웃음을 세상살이 중에서 때때로 듣는 답니다.".......그후 난 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에 내려와 결혼하여가정을 이루고 살았고 이제껏 그때 그분이 하신 이야기의의미가 무었인지 미처 모르고 살아 왔음을 이제사 고백한다.나는 사람들이 지갑을 잃어버렸다며고향갈 버스비를 빌려주기를 요청했을때도"요즘은 저런 사람이 많아"하며 지나쳤고공중전화 앞에서 발을 구르는 사람들을 보고서도바쁨을 핑계로 모른척 지나쳤으며내 이웃에 사는 불우한 사람에 대해서 내앞가리기에급급함을 핑계로 무관심 했음도 이제 고백한다.그러나 몇일전 나는 그 노신사를 다시 만났다.그때처럼 갑자기 비가 내렸고나는 비를 피하기 위하여 어느 가게 현관으로 뛰어 들었다가우산대에 나란히 놓인 새우산 10개와 그 위에 씌여진글을 보게 되었다.##이 우산을 빌려 가시고 사용하신후 언제든 돌려 주십시오##그 글을 보는 순간 그 옛날 그 노신사가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나웃고 서 있었던 것이다.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물밀듯 밀려왔다."나는 너무나 소중한것을 잊고 살았었구나."몇일후 윤희누님이 애쓰셔서 내게 보내진 어느 사보에서어느 이름모를 역에서 자신의 박봉을 털어서 기차비가모자라는 사람들에게 조건없이 기차비를 빌려주고다시 되돌아 온 그 기차비가 이제 10배로 불어 났으며그 남은 돈으로 불후한 노인을 돌보는 역무원의 기사를읽었을때도 나는 어느새 그 노신사를 떠올리고 있었다.민주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을표현 할 수 없었던 70년대 마지막 해80년의 핏빛 절망을 독재자들이 준비하던 시절언제나 분노와 절망만이 가슴에서 맴 돌았고하늘도 땅도 침묵하던 그 시절우연히 만난 그 노신사의 부드러운 음성과내 어깨를 두드리던 그 따뜻한 손을나는 아직도 못다한 민주의 꿈처럼 아련히 기억한다.그리고 아직 갚지 못한 그 버스비와 이자가 즐겁게나의 어깨를 눌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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