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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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달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경우를 표현하는 카오스(Chaos)이론에서 나오는 것으로서 기상학자 로렌츠(E.Lorentz)에게서 유래된 말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결과는 여러모로 우리나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므로 나비효과를 빗대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최초의 보도는 고어의 당선 가능성이 점 더 높아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도 굳이 이런 비유를 드는 것은 미 대선 결과가 정말 큰 폭풍이 될 수도 있다는 사안을 간과하고 있지나 않은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미 대선과 기후변화협약, 이 상관관계를 우리가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지난해 12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연도를 10년 정도 앞당겨 달라는 내용의 친서를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달한 바 있다. 이는 개도국에 대한 선진국의 기후변화협약 관련 압력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최근에 프랑스 파리에서는 OECD/기후변화협약 부속서I전문가그룹 회의가 열렸는데, 다수의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의 의무부담 방안 논의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앞으로 의무부담에 대한 선진국의 압력이 전면화할 것임을 예고하였다. 특히 스위스 등은 각국의 경제수준에 따라의무부담 수준을 달리하여 최우선적으로 의무부담을 지울 수 있는 국가에 대한 조사작업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결론적으로 보면 선진국은 개도국에 대한 의무부담 압력의 강도를 점차 높이되, 현실적으로 모든 개도국에 의무부담을 지우는 것이 불가능한 이상 상징적으로 우선 일부 개도국만 의무를 부담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여기에 ‘환경대통령’을 표방하고 있는 앨 고어 부통령이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우리에게 가해질 압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현재 미 의회는 개도국의 실질적인 참여보장을 요구하며 의무부담 방안에 대한 비준을 늦추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앨 고어 부통령으로서는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환경대통령으로서의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몇몇 선진 개도국에 대한 직·간접적 압력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일차적 표적이 우리나라가 되리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우리는 이미 OECD 회원국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우리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못 느끼고 있는 상황에 있다.의무부담이 구체화하면 특히 생산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쓰는 철강, 화학,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 중심으로 이루어진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단 기후변화협약 때문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에너지 다소비 행태는 혁신되지 않으면 안된다. 작년 LPG 승합차 파동이나 최근의 30달러에 가까운 고유가 등 일련의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의 필요성이다.이는 결국 기후변화협약이 주는 메시지와 동일한 것이다.따라서 정부는 기후변화협약이라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들에 접근했어야 했는데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각각의 사안에 대해 단편적으로 대중적인 요법을 강구하는 데 그쳤으며,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기후변화협약이라는 일관된 관점에서 연관된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조직과 체제를 갖추고, 하나둘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고유가 문제, 수송용 유류세 문제 등은 이러한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또한 향후 강화될 것이 분명한 선진국의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어진영과 후보자 때부터 관계를 맺는 것이 시급한 시점이다. ( 에너지경제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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