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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테리아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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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부인’,일본식으로는 ‘춘희(椿姬)’.알렉상드르 뒤마가 만들어낸 파리화류계의 꽃.고급 매춘부였으나 아름다운 사랑 끝에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 비운의여인.그리고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전설적 총잡이 닥 할리데이.명보안관 와이어트어프와 짝을 이뤄 ‘OK목장의 결투’ 신화를 만들어낸 무적의 건파이터.한사람은 소설 속 인물이고 한사람은 실존했던 인물이기는 하지만 모든 면에서 천양지차인 두사람을 이어주는 끈이 있다.뭘까.둘다 폐결핵으로 죽었다는 점이다.그랬다.결핵은 20세기 들어 스트렙토마이신 등 약물이 개발되기 전까지 인류최대의 적 가운데 하나였다.폐는 물론 전신 장기에 침범하는 결핵은 어찌보면 인류의‘동반자’였는지도 모른다.기원전 4세기 히포크라테스의 의서(醫書)에 이미결핵증상이 씌어있는가 하면 더 거슬러 올라가 기원전 3000년쯤의 이집트미이라에,하이델베르크에서 발견된 석기시대 인간의 화석유골에 각각 폐결핵과 척추 카리에스의 흔적이 남아있었다니 말이다.동양에서는 중국의 수,당시대부터 결핵을 허로(虛勞)라고 불렀다는 기록이있다.허준의 ‘동의보감’에서도 ‘노채’ 또는 ‘전시(傳屍)’라 하여 결핵 말기증상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거니와 결핵균의 존재를 몰랐던 동양의학에서는 결핵의원인을 이렇게 봤다.‘칠정(七情)과 육음(六淫)의 영향으로 인해 음식노권이지나치게 되면 몸이 상하고 진수(眞水)도 고갈되며 음화상염(陰火上炎)하여발병한다’.즉 정신적,감정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음식,피로,권태 등이 지나치면몸이 상해 결핵이 발생한다는 것.이같은 결핵관은 결핵균 발견 이전의서양의학에서도 대체로 마찬가지였다.그러다 결핵균이 발견된 게 1882년.독일 의사 코흐에 의해서였다.사람에게 결핵을감염시키는 균은 두가지.미코박테륨 튜버쿨로시스와 미코박테륨 보비스임이밝혀졌다.거기다 병균 외에 사회,경제적 요인들도 발병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복수병인론(複數病因論)이 의학계에 도입됐다.원인을 밝혀내면 해결은 쉬운법.약물을 이용한 화학요법에 더해 감염유발 등의 요인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결핵은‘잊혀진 병’쯤으로 치부돼왔다.그러나 이제 결핵이 다시 인류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세계 인구의 약 3분의1(32%)인 18억6천만명이 결핵 보균자라는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그렇다.대륙별로 다소 편차는 있지만 보균자 분포도 2백12개국 거의 모든 국가를 망라한다.주원인은 내성이 강해진 변종 결핵균의 출현과 에이즈로 인한 면역성결핍.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결핵 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회원국중 1위라는 사실이 단적으로 말해준다.새 밀레니엄을 코 앞에 두고 인류의자만에 ‘박테리아의 복수’가 시작된 게 아닌지 가슴이 서늘하다.악은 우리가 방심하고 있으면 자라서 우리를 위협한다. 그러므로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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