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깨닫게 하는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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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할 때면 부끄러운 기억 한편이 스르르 떠오르곤 한다. 갖가지 기억에 남는 일도 많지만, 유독 그 일만은 나를 부끄럽게 한다.아마 고2 여름방학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을 것이다. 과목별로 과제물을 제출하고 선생님들이 내리는 상벌에 학생들이 연연하고 있을 때였으니까. 그런 와중에 나는 그런 대로 고비를 잘넘기고 있었다. 다만 기술 과제물이 불씨로 남아있어서 걱정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작성한 과제물을 제출했기 때문이었다. 얼른 보아서는 충실히 한 것같지만 사실 속을 들여다보면 단원마다 그 중간을 빼놓은 걸 알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처음과 끝만 적성해서 내놓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그 많은 과제물을 어떻게 다 일일이 검사하겠느냐는 음흉한 속셈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시간이 지나 거의 한달이 다 되도록 아무 일도 없었고, 자연히 나는 기술 과제물에 대해선 까마득히 잊어버렸다. 하지만 그런 요행이 진정코 오래 갈리가 만무했다.어느날 기술시간 수업중에 선생님이 조용히 내게 다가오셨다. 그리고 오히려 당신이 곤혹스럽다는 얼굴로 딱 한 말씀하셨다. '네 스스로 알거다! 네가 어떤 녀석인지!" 차마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해놓은 짓이 있으니 의아해하는 짝을 마주 쳐다보기도 민망스러울 정도였다. 게다가 선생님이 공개적으로 그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지경이었으니, 정말이지 숨을 구석이 있다면 그 어디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차라리 매라도 맞는다면 후련하겠다는 생각까지 했으니까.그일 뒤로 선생님을 뵐 면목이 없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속인 행동에 미치도록 화가 났던 탓에 오래도록 나 자신을 괴롭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일로 해서 내가 한가지 분명히 얻은 것이 있다면 배움은 잘못을 깨닫는 자의 것이라는 사실이다.고등학교를 졸업한지 10여 년. 그 일이 내게는 참으로 쓰디 쓴 약이 되었다. 어쩌면 실수를 통하여 올바름을 찾아나가는 것이 청소년기라고 생각해 볼 때, 그런 부끄러운 기억을 굳이 새겨둘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그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다면, 또 내 자신 그일에서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다면, 아마도 나는 지금까지 가장 나쁜 습성에 젖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건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미록 뒤늦은 감은 있지만, 그 많은 과제물을 꼼꼼히 검사해 주셨던 선생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올린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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