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TOP
DOWN


청소년 돌아온 아이들

본문

돌아온 아이들, 이젠 사회가 감싸야이동원<이화여대 교수·가족학회 회장>“종암경찰서장 매매춘과의 전쟁. 미성년자 매매춘 행위 근절 위해 발벗고 나서다.”오랜만에 접해본 가슴 설레는 기사다. 한동안 호피무늬 코트 아니면 욕지거리 싸움박질… 우울하고도 신물나는 기사들 속에서 참 오랜만에 가슴 훈훈해지는 기사를 만났다.그러나 “과연 얼마나 갈까” 신문을 읽던 아들 녀석의 반응이다.나도 그 반응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며칠이나 갈까 뿌리는 그냥 둔 채 가지를 친들 곧 싹이 틀 것이고 더욱 강한 가지들이 자랄 것이다.현실을 직시하자. 그곳으로부터 되돌려진 아이들이 가정으로 과연 안착되고 있는가 얼마 전에 미아리 택사스촌 근처 중학교에 계시는 상담교사 한분을 만났다. 이제는 옆길로 빠진 학생들이 되돌아오는 것이 오히려 무섭단다. 한 사람이 돌아온다 할지라도 그것은 일시적일 뿐만 아니라, 돌아온 한 아이에 의해 다섯 명의 아이들이 유혹의 사슬에 엮인단다.그렇다면 왜 그 아이들은 다시 윤락촌으로 돌아가는 것일까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돌아가도 집안망신이라고 때리고 욕하고 꾸중만 하고… 거기로 돌아가면 사고싶은 것도 살 수 있는 돈이 생기고, 잔소리도 안들어도 되고,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니기도 좋고 집보다 나아요.” 그렇다. 방황하다 돌아간 가정은 결코 따뜻하지 않았다.가정이란 좋든 싫든 가족구성원 각자의 다양성이 존재하는 즉 이질적인 성향이 상존하는 곳이다. 따라서 이들은 서로간의 이해를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곳이다. 결코 가족이 유지되는 데 대한 불변의 신화인 ‘사랑’만으로 모든 것이 감싸 안아지는 그런 곳이 아니다. 가족은 혈연으로 맺어진 구성원들의 사랑의 보금자리이며 혈연으로 맺어진 부모에게서 자녀들은 사랑으로 양육되는 것이 기존의 신화였다. 그러다보니 부모에게 있어서 자녀는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존재보다 그들의 사랑으로 성장해가는 부속물로 여겨져왔다. 그렇게 사랑이라는 신화만이 부각되어 강조되어 오다보니 가족 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면 갈등상황에 대한 무기력함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보다는 갈등의 극단화로 치닫게 되는 것이 현실이었다.이젠 가정에 대한 개념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가족의 품으로 돌아만 가면 사랑으로 치유될 것이라는 신화와 부모들의 부속물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한 예로 경제위기 이후 보육원에 위탁되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가족신화에 따르면 이 아이들은 결코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는 아이들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처음의 가족의 위기에 정서적으로 불안을 느껴 산만하고 불안정하기 그지없던 한 아이가 공동체 생활을 통해 이젠 의젓하게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관찰한 바 있다. 물론 가정이 기능을 상실했으니 모두 혈연을 떠나 공동체 생활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가족이 해체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이 아이에게 있어서 공동체 생활은 하나의 대안이었다. 가정이 제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들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마찬가지로 매매춘의 현장에서 되돌려진 아이들에게 결코 이미 제기능을 상실한 가정은 사랑이 충만한 보금자리가 될 수 없었다. 과거에도 가출이 없었던 것이 아니고 어떤 사람은 가출을 통해서 성공신화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이젠 가정 문밖을 한발짝만 나서도 어린 학생들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욕심을 가진 상업주의가 도사리고 있다. 상업주의의 마수로 인해 상처받은 이 아이들을 이젠 사회가 감싸안아야 하는 것이다.이 아이들은 단지 한 가족단위의 부모의 부속물인 자녀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의 인격이면서 독립체이면서 이들은 국가의 자원이고 자산이다. 이대로 이 아이들의 조각난 신화를 아직도 고수한 채 ‘가정의 품으로 되돌려보내자’는 데에서 모든 해결과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김강자 서장의 용단으로 추진되는 미성년자 매매춘 근절 캠페인 덕에 지금 사회는 각정의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캠페인으로 되돌려진 아이들의 현실에도 우리는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품에서 자라야 제대로 자란다는 가족신화만을 강조하여 국가 차원의 대응없이 사적 영역으로의 전가는 결국 캠페인의 무의미한 시도로 끝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텍사스촌의 포주들은 선거만 끝날 때까지 참으면 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한다고들 한다. 이렇듯 가정기능이 상실된 단지 혈연으로만 엮여진 가정 아닌 가정으로 되돌려진 아이들이 다시 한번 상업주의의 소굴로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사회차원의 그리고 국가차원의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이젠 조각난 가족신화를 끌어안고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499 건 - 53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