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복음
본문
피묻은 복음에 빠져라지금으로부터 약 60여년 전,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죽어가는 만주땅의 동포를 구원하기 위하여 헌신적으로 복음을 전하던 어느 무명 여성도의 이야기가 생각난다.일제 치하에서 만주땅에 80여 교회를 세운 이 장한 사람은 목사도 전도사도 아닌 안수 받지 않은 남편 잃고 홀로 된 여성도였다. 한국 교회 역사에서 잊혀진 이 여성도의 생애를 내게 증언해 주던 사람은 목메인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그분은 만주땅에서 그리스도를 모르고 죽어가는 동포들을 구원할 일념으로 80여 개의 교회를 세웠습니다. 요즘은 돈으로 교회를 세우지만 그분은 가난했기 때문에 오직 기도로 교회를 세웠습니다. 이 동리 저 촌락을 누비다가 허기지면 쇠똥을 개울가에서 씻어서 소화되지 않은 옥수수 알갱이들로 끼니를 잇곤 하셨습니다”성경책의 가장자리 부분을 붉은 색으로 칠한 까닭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순교의 붉은 피를 의미한다. 그리스도인들이 성경을 펴서 복음의 진리에 접하는 순간마다 자신에게까지 도달한 이 영광스러운 복음이 순교자들의 피 뿌리는 헌신을 통하여 전해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제는 금박으로 물들인 성경이 유행하는 것처럼 신앙에 있어서 고난과 희생보다는 현세의 번영과 성공이 그리스도인들이 추구해야할 덕목인 것처럼 오해되고 있다. 피 묻은 복음을 가슴에 품고 불꽃 같은 구령의 열정으로 어두운 땅들을 누볐던 믿음의 선진들을 보라. 십자가와 그들의 생애는 나뉠 수 없는 관계였다. 그들은 모두 자기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적으로 만난 사람들이었다. 하나님을 등진 절망적인 인간들을 위하여,십자가에서 못 박히시고 다시 사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목메이던 사람들이었다.믿지 않는 불신의 땅에 그들을 복음 전하는 자로 파송한 것은 자신의 갸륵한 종교적 결심이나 한 교회의 선교 프로그램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고난과 핍박의 현장으로 달려가게 한 것은 자신들의 영혼 안에서 살아 역사했던 십자가의 복음이었다. 십자가에서 못 박히신 그리스도 예수에 대한 사랑이 그들로 하여금 영혼들을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한국 교회에 시급히 필요한 것은 이러한 십자가 복음에 대한 감격이다. 차가운 윤리가 아닌 피 묻은 복음에 사로잡힌 열렬한 그리스도인들이 필요하다. 그들만이 이 땅을 고치는 도구가 될 수 있기에./김남준 (열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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