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자와 묵상
본문
설교, 성경이라는 ‘팩트’를 ‘임팩트’ 있게 전하는 것”
창조적 성경묵상법 담은 <설교자와 묵상> 펴낸 김도인 목사
“설교는 묵상으로 시작해서 묵상으로 마친다. 설교할 본문이 정해지면 설교자가 맨 처음 하는 일이 묵상이다. 설교를 삶에 스며들게 하는 마지막 일도 묵상이다. 결국 설교는 묵상이 중심에 있다. 묵상이 중요하다. ‘묵상을 어떻게 하는가’가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설교와 즉각 연결될 수 있는 묵상을 해야 한다.”
비대면·비접촉 시대를 부른 코로나19 사태는 교회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두 달간의 온라인 예배는 각종 행사와 프로그램, 워십 등에 가려진 ‘설교’를 재발견하게 했다.
아트설교연구원 설립 후 10년 이상 전국을 다니며 목회자들에게 설교 글 쓰기와 구성, 인문학 독서, 책 쓰기 등을 가르친 김도인 목사는 ‘들리는 설교’를 위해 글쓰기와 인문학 독서를 강조해 왔다. 그리고 이번에 설교를 위한 ‘창조적 성경묵상법’을 담은 <설교자와 묵상>을 펴냈다. 다음은 그가 말하는 ‘창조적 성경묵상법’과 오늘날의 설교 이야기.
-독서와 글쓰기 운동을 하다 묵상 도서를 내게 되신 이유는.
“묵상이 안 되면, 독서도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글쓰기 책부터 낸 것은, 글쓰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아트설교연구원 사역을 하면서 계속 느끼지만, 많은 설교자들이 자신이 설교를 잘 하는 줄 압니다(웃음). 하지만 그건 자기 생각이지요.
설교 글쓰기가 잘 되어있지 못하면, 설교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최근 여러 교회 설교들을 들어보면, 글쓰기가 안 돼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본인은 은혜롭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괴롭습니다. 이는 청중을 무시하고, 세상을 무시하는 일입니다. 이러다간 기독교가 소통할 수 있는 길이 막힐 수 있습니다.
옥한흠·이찬수·유기성 목사의 설교를 분석한 <설교를 통해 배운다>를 이후에 썼는데, 설교 글쓰기에 있어 설명 중심보다는 논증 중심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글쓰기를 하고 난 뒤에는,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교는 인문학이다>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무엇일까요. 묵상이란 목사의 기본적 자질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설교자와 묵상>을 내놓은 것입니다. 일련의 순서가 하나의 전략이었습니다. 더 급하고 중요한 글쓰기부터 시작해, 묵상으로 방점을 찍고 싶었습니다.
묵상은 설교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커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묵상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문제는 큐티나 평신도를 위한 묵상이 아니라, ‘설교자’의 묵상이 어떠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설교를 위한 묵상, 그리고 묵상을 어떻게 설교로 연결시킬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읽고 다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와서 배워야 합니다. 책에 묵상법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설교에는 신학과 인문학의 융합이 필요합니다. 인문학이 받쳐주지 못하면, 설교가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됐습니다.
예전에는 성경 이야기만 들려줘도 좋아했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성도들 머리가 커진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신학에도 인문학이 결합해야 합니다. 아이폰이 공학과 인문학의 결합이듯, 신학도 인문학과의 결합이 있어야 합니다.
삶은 힘들어지고 비전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럴 때 인간이 무엇인지 탐구하는 학문의 근간, 인문학이 필요한 것입니다. 성도들에게 도전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는 목요일 밤마다 10명을 모아 ‘설교와 묵상’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반응이 좋습니다. 젊은 전도사들이 찾아와서 희망적입니다. 그들의 고민도 묵상을 어떻게 설교로 연결지을까에 있습니다. 자신들의 큐티가 설교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 있는데, 수강생들의 반응이 좋아 다행입니다.”
-그렇다면, 묵상이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설교자에게 묵상은 기본입니다. 큐티를 하면 하나님 음성을 느낀다고 합니다. 설교자의 묵상이란 하나님을 만나는 것은 기본이고, 설교자의 성숙을 이끄는 것입니다. 그래서 강조하는 것이 ‘질문’입니다. 유대인의 교육법 하브루타도 다 질문으로 이뤄져 있지 않습니까.
제가 만든 질문법은 신학보다는 인문학적입니다. ‘하나님이 사랑이시다’라고 했을 때, ‘왜 사랑이신가?’라고 묻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질문이지만, 이런 질문만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의 화두는 ‘다름’입니다. 그래서 ‘낯설게 하기’가 필요합니다. 낯설지 않으면,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요즘은 워낙 많은 정보들이 쏟아지지 않습니까? 그래서 조금이라도 다르게 풀어내야 관심을 갖습니다. 이는 인간의 본능입니다. 본능을 만족시켜 주면서, 성경에 낯설고 새롭게 접근시켜 주는 것입니다.
수강생 한 명이 말했습니다. 가장 큰 과제가 ‘어떻게 남과 다르게 접근해서 갈 수 있느냐’라고요. 이를 제공하기 위해 의미화와 뜻 찾기 등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설교 가장 큰 약점 ‘일방적 선포’묵상은 시간과의 싸움이자 본문과의 싸움
설교 본문 최소 20회, 최대 100회 읽어야
-책에서 말하는 ‘창조적 성경묵상법’이란 무엇인가요.
“일단 성경 본문을 요약하고, 이를 의미화·개념화합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고 말하고 싶다면, 먼저 사랑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 개념화한 답을 가지고 질문을 합니다. 네 번째로 A4지 1/2 정도에 답을 쓰는 것입니다. ‘요약-개념화-질문-답변’ 순입니다.
이를 통해 나온 묵상은 어떤 주석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주석은 내가 묵상해서 만든 주석 아니겠습니까. 남의 설교도 중요하겠지만, 자신이 묵상을 통해 알아가고 만난 하나님을 이야기한다면, 유명 주석과 버금갈 만한 ‘나만의 주석 쓰기’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것이 제 질문법의 핵심입니다. 질문하지 않으면 추측하게 됩니다.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하지만 질문을 하면, 결과가 정확합니다. 하나님께서 본문을 통해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이 창조적 성경묵상법은 설교를 위한 묵상법인 동시에, 누구나 할 수 있는 묵상법이기도 합니다.
묵상이란 하나님을 만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변화와 성장과 성숙으로까지 나아가야 합니다. 30분간 큐티한다고 사람이 변하지 않습니다. 저는 5시간 동안 묵상하라고 합니다.
묵상은 시간과의 싸움이고, 본문과의 싸움입니다. 오랫동안 지속돼야 합니다. 깊이 있는 연구도 중요하지만, 설교자 자신이 묵상을 통해 먼저 변화돼야 합니다. 그러면 설교도 반응이 좋고, 청중들과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한국교회 설교의 가장 큰 약점은 ‘일방적 선포’라는 것입니다. 목회자들은 좋아할지 모르지만, 성도들은 답답합니다. 저도 설교를 들으면서, 가끔 앉아있는 것이 힘들 때가 있습니다. 하나님과 설교자 자신만 중요시해선 안 됩니다. 하나님 다음으로 자신이 아니라, 청중을 중시해야 합니다.
학문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고, 내가 이전에 배운 것이 다가 아닙니다. 끊임없이 배워야 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학문은 3년이면 폐기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폐기처분됐어야 할 학문으로 설교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묵상은 영적·지적으로 ‘업글 인간(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기개발 형태로, <트렌드 코리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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