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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사람 (창45:1-15,롬8:26-30)

본문

요셉은 열두 형제 가운데서 열한번째였다. 이목구비가 제대로 생긴 탓 으로 아버지의 유별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아버지의 맹목적 편애는 형제간의 갈등을 심화시켰다. 그는 형제들의 모의에 의해 마침내 아버지 몰래 애굽의 노예로 팔려 갔다. 이때부터 요셉의 기구한 운명이 시작되었다. 주인 마나님의 성적 유희 를 거절했다 하여 누명을 쓰고 옥에 갇혔다. 노예가 주인의 마나님을 감히 넘봤다는 혐의였으니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요셉은 투옥생활 을 건실하게 잘 함으로써 죄수들 사이에 지도자로 추앙받았다. 죄수들 가운데는 정치적인 모함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도 있었다. 요셉은 감옥생활에서 사귄 정치범 덕으로 출세의 기회를 얻었다. 바로 왕의 꿈을 잘 해석해 줌으로써 마침내 죄수의 몸에서 일국의 총리대신의 몸으로 변신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세상만사 성과 패(성패)의 소용돌이이다. 영원한 승자도 없고, 영원한 패자도 없는 것이다. 요셉은 7년풍년과 7년흉년에 대비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애굽문명권을 굶주림에서 건져낸 큰 업적을 이룩해 냈다. 이스라엘의 자녀들도 양곡도입 차 애굽으로 찾아 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자신들의 교섭상대는 자 신들의 손으로 노예가 되어 애굽으로 끌려갔던 동생 요셉이 아닌가 그들은 충격과 두려움에 떨고 보복의 응징만이 내려질 것으로 알고 절망하고 있었다.
(1) "형님들이 나를 애굽으로 팔아 넘겼지요. 그러나 이제는 나를 이곳으 로 팔아넘겼다고 해서 마음으로 괴로와할 것도, 얼굴을 붉힐 것도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목숨을 살리시려고 나를 형님들 보다 앞서 보 내신 것입니다"(창세기 45:5) 요셉은 자신의 기구한 운명이 잔인한 형들 때문에 저질러진 것이 아니 라 하나님의 예비된 섭리였다고 이해하고 믿었다. 큰 사람은 사업에 성공하 고 출세하는 사람이 아니다. 인간과 그 역사를 하나님의 섭리의 차원에서 관찰하고 판단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원수도 없고 따라서 복수 할 일도 없게 된다. "모세야, 석유가 안나오느냐" 이 책은 "E. 키숀"이라는 유대계 출신 의 독일 작가가 쓴 수필집이다. 그는 20세기 독일이 낳은 위대한 작가 "H. 뵐"을 능가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가 경험한 이야기 가운데 이런 귀절이 있다. 1973년 9월 어느 날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거리에서 도로공사가 벌 어졌다. "클릭크"라는 젊은이가 그곳을 지나다가 공사장 구덩이에 빠졌다. 물론 다리가 부러졌다. 그는 기브스를 한 몸으로 병원치료를 받으며 일상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달인 10월에 제 4차 중동전쟁이 발발되었다. 수많은 이스라엘의 장정들이 전쟁의 희생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이 전쟁을 성전(성전)이라 일컬었다. "클릭크"청년도 성전의 희생자로 추앙받았다. 가는데 마다 그를 위로하며 특별대우를 받았다. "E. 키숀"의 의도는 재수좋은 한 청년 이야기를 하려는데 목적을 둔 것이 아니었다. 이스라엘 민족의 기나 긴 세월 동안의 불행과 고난은 마침 내 이스라엘로 하여금 세계의 디아스포라(diaspora)가 되게 하였다. 각박한 땅, 자그마한 땅덩어리 속에서는 석유는 고사하고 물 한방울 조차 아쉬운 처지였다. 세계에 흩어진 이스라엘은 가는 곳에서마다 빈민굴(Ghetto) 을 형성하며 살았으나 마침내 그 나라의 경제권과 문화예술분야를 석권함 으로써 세계 속의 이스라엘로 대두하게 된 것이다. 성서의 역사는 실패와 성공의 법칙(A. 토인비)에 준한다. 십자가는 분 명히 실패였다. 그러나 십자가를 통해 인류는 비로소 하나님의 인간사랑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십자가에서 죽은 이가 인류역사상 부활의 첫열매 가 된 것이다. 실패를 통해 생명의 승리를 인류에게 선물로 주신 것이다.
(2) "내가 묶은 곡식단은 우뚝 일어서고, 형들이 묶은 단들이 둘러서서 내가 묶은 단에게 절을 하였습니다"(창세기 37:5-) 요셉의 꿈 이야기이다. 요셉은 이 꿈 때문에 형들의 마음을 더욱 강팍 하게 만들었다. 지체없이 애굽의 노예로 팔려 갔다. 요셉의 꿈 이야기는 얼핏 들으면 오만불손한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꿈은 인류역사의 미래를 보여 주는 하나님의 예시였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대로, 귀에 들 리는대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요셉은 단순히 형들을 능멸하는 방자 한 태도로 그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애굽에는 요셉의 예견대로 7년 풍년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 7년은 계 속 흉년으로 전국토가 매마르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미리 대비한 애굽에는 양식이 풍족했다. 이와 같은 기근현상은 애굽문명권 전체에 걸쳐 빚어진 것 이었다. 당시의 참상을 성서는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그 기근은 온 세계를 휩쓸고 있었으므로 세상 사람들이 모두 곡식을 사려고 애굽으로 가서 요셉에게 몰려 들었다"(창세기 41:57-)공동번역성서는 요셉의 이 놀라운 양곡정책을 찬양하며 "요셉이 세계의 기근을 해결했 다"라고 평가하였다. 큰 사람은 선구자적 통찰력과 영감을 가지고 산다. 선 구자는 언제나 그 시대에서는 핍박받는다. 그러나 인간과 그 역사는 선구 자들이 미리 보여 준 세계를 이룩하며 사는 것이다. 아브라함, 그는 미래를 가꾸기 위해 고향을 떠났다. 그 길은 모험의 길, 위험의 길이었다. 굶주림에 못이겨 아내를 빼앗길 뻔 하였으며, 그곳의 풍습대로 아들을 제물로 잃을 뻔 하였다. 그와 같은 위기와 고난의 반복 속 에서 위대한 히브리문명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성서가 편찬되고, 그리스도교가 창출된 역사적 배경에는 희랍로마문명과 히브리문명의 영향력이 있 었다. 이 히브리문명이 형성되기까지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향한 순례의 길을 멈추거나 되돌아서지 않았다. 사람은 꿈(Vision)을 가져야 한다. 자기의 이기적 야심에 근거한 꿈이 아니라 인류와 세계를 위한 꿈을 가져야 한다. 그 꿈을 구현하기 위해선 남다른 고난과 희생을 치루어야 한다. "사람은 그가 겪은 고난의 분량만큼 성숙한다"(간디) 요셉이야말로 바로 이런 유형의 큰 사람이었다.
(3) "나는 이제 죽을 터이지만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너희를 찾아오시어 이 땅에서 이끌어 내시고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주시마고 맹세하신 땅으로 올라 가게 하실 것이다.-하나님께서 너희를 반드시 찾아 오실 것이다. 너희는 그 때 여기에서 내 뼈를 가지고 그리로 올라 가 거라" (창세기 50:24-25) 요셉은 먼 훗날의 이스라엘의 출애굽을 예언하였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요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적 사명임을 예고하였다. 요셉은 단순히 지혜 있는 행정가일 뿐만 아니라 역사의 미래를 통찰하고 하나님의 크신 뜻을 헤아릴 줄 아는 역사의식과 신앙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조국과 겨레 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애굽의 국무총리로 죽었으면 그 무덤은 인류역사 상에 길이 남을 고적이 될 것인데도 그는 뼈라도 조국에 묻히기를 희망했 던 것이다. 사람은 나라를 잃고나면 말도 잃고, 이름마저 빼앗긴다. 말을 잃고 이름을 빼앗긴다는 것은 존재자체를 잃어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통치 36년간 우리가 겪은 것이 바로 글과 말을 잃고 이름마저 잃어 버린, 그래서 일본인 아닌 일본인으로 동화되어 갔던 것이다. 사람은 민족을 떠나 살면 영원한 국외자(국외자)가 된다. 아무리 큰 업적을 남기고 엄청난 성공을 했다 할찌라도 소수자는 역사의 대열에서 제5열로 밀려 나게 마련이다. 요셉의 은덕으로 나라와 민족을 몽땅 잃을 뻔 했던 애굽은 후일 그 공로와 은덕을 잊어 버리고 요셉의 후손들을 노예 로 학대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8.15해방과 동시에 민족분단을 강요받았다. 분단상태에서의 남 북 통치자들은 일본에 대한 정당한 배상청구도, 공개사과도 받지 못하고 있다. 36년간의 압제와 수탈에 대해, 숫한 징병자와 징용자의 죽음에 대 해, 정신대와 원폭피해자에 대한 응분의 배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왜 이렇 게 되었는가 나라가 분단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북은 남을 억제하기 위 해 일본에 관대하고, 남은 북을 억제하기 위해 일본과 손을 잡고 있기 때 문이다. 이것은 분명히 민족에 대한 반역이요 요셉과 같은 사람의 눈으로 볼 때 어리석기 짝이 없는 수치요 망국적 증상이 아닐 수 없다. 요셉은 죽어서 뼈라도 조국에, 하나님이 정한 땅에 묻히기를 원했다. 큰 사람은 죽어서도 자기 조국을 찾는다. 뼈라도 조국에 묻히기를 원한다. 이와 같은 이스라엘민족의 조국애와 동족의식이 세계에 흩어진 백성 (diaspora)이면서도 세계 열강들과 당당히 맞서 자신들을 지켜 나가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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