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의 밤 (단5:5-29)
본문
환락의 밤은 계시의 밤으로 바뀌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멸망이 임박했 음을 경고하시는 멧세지를 통해 그 요란스러운 연회를 중단시키셨다. 궁전 연회장의 열기가 절정에 이를 무렵, 갑자기 사람의 손가락이 나타나 회칠한 궁궐 벽 위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글자는 크 고 또렷하여 어느 누구라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연회장에는 순 식간에 죽음과 같은 정적이 드리워졌고, 엄청난 공포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이와 같이 하나님께서 간섭하셨던 초자연적인 사건에 뒤이어서 벨사 살의 반응과 태후의 제안, 그리고 선지자 다니엘의 등장이 차례차 례 이어진다.
첫째/벨사살의 반응 벨사살 왕의 얼굴은 순식간에 사색(死色)이 되어 버렸다. 그 이 상한 글자를 보는 순간, 그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버렸고 떨리는 그의 손에서는 술잔이 떨어져 깨졌으며, 말할 수 없는 공포에 사 로잡힌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가 되고 말았다. 크게 놀란 벨사살은 박사들을 불러들여, 벽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글 자를 해석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그 글자를 해석하는 자에게는 엄청난 상급을 내리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모인 자들 중에 어느 누구도 그 글자를 해석할 수 없었다. 여기에서 당시 이방 세계의 "박사들"(wise men)은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분이 계시하신 말씀을 해석하는 데에 얼마나 무력했는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러한 특권은 오직 하나님을 아는 자들에게만 부여되어 있다!
둘째/태후의 제안 왕과 귀인들, 왕후들과 빈궁들, 그리고 박사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을 때, 또다 른 한 사람이 연회장에 등장했다. 그 사람은 태후(太后)였다. 이 태후는 느부갓네살의 딸이며, 나보니더스의 부인이고, 또한 벨 사살의 어머니인 니토크리스(Nitocris)로 추정된다. 좌중을 둘러보며 분위기를 살핀 태후는 자기 아들인 왕에게 두 가 지를 권면했다. 먼저 태후는 벨사살에게 마음을 진정할 것을 권면 했고(10절), 그런 후 다니엘을 불러 그로 하여금 벽에 씌인 글자를 해석하도록 명령하라고 권면했다. 태후는 다니엘의 희귀한 재능들을 설명하면서 느부갓네살이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용어들을 사용했다(5:11,12과 4:8,9,18 을 비교해 보라). 태후는 자기 아버지가 다니엘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들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제 그녀 역시, 그 들은 방식대로 꿈을 해석하고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고 엉클린 난제들을 해결하는 다니엘의 능력을 증거했던 것이다.
셋째/다니엘의 등장 벨사살은 이미 자포자기의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이었고, 그래서 즉시 태후의 제안을 받아들여 다니 엘을 부를 것을 명령했다. 다니엘이 등장하자 벨사살은 그를 영접 하며 말했다. "네가 우리 부왕(父王)이 유다에서 사로잡아온 유다 자손 중의 그 다니엘이냐 내가 네게 대하여 들은즉 네 안에는 신(神)들의 영(靈)이 있으므로 네가 명철과 총명과 비상한 지혜가 있다 하도 다"(13,14절). 방탕아였던 벨사살은 지금까지 한 번도 하나님의 선지자를 불러 자 문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절망적인 상태에 빠지게 되자, 그처럼 오랫동안 무시해왔던 선지자를 불러 그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이었다. 조셉 파커 박사는 이 사건에 대하여 다음 과 같이 감동적인 주석을 달았다. 말씀의 전파자여, 그대는 언젠가 벨사살 왕의 부름을 받게 될 것이다. 연회가 시작할 때에 부름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연회가 끝 나기 전에 그 자리에 부름을 받게 될 것이다. 왕은 그대에게 술 을 마시라고 명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기의 고통의 이유를 밝 혀 주고 마음의 병을 고쳐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때를 기다리라. 지금 그대는 아무것도 아니다…연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설교를 한 다든지, 성경을 이야기한다든지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종종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처럼 , 설교자도 반드시 설교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인간적인 모 든 방법들이 수포로 돌아갈 그때에 사람들이 설교자를 찾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설교자는 담대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등장하게 된다. 이때 설교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 한 가지, 세상의 무지 몽 매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멧세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뿐이 다…오, 설교자요 선포자이며 교사인 다니엘이여! 이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 심판과 멸망의 멧세지일진대, 세상을 향해 큰 소리 로 외쳐 말하라! 만일 그것이 자비와 사랑과 환영의 멧세지라면, 자비의 눈물을 흘리면서 부드러운 말로 멧세지를 전하라(The People's Bible, pp. 415-416). 왕이 말하고 있는 동안, 노(老) 선지자는 고개를 돌려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연회장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죄와 타락의 징후가 너무도 뚜렷하게 느껴졌고, 그것은 평생 하나님과 동행해오던 선 지자에게 심히 꺼려지는 것이었다. 어쨌든 선지자의 장중한 태도와 경건한 모습은 장내를 침묵으로 몰아넣었으며 방탕한 술꾼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참으로 오랫동안 다니엘은 왕에게 하나님을 증거할 기회를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해왔다. 이제 그 증거의 기회가 다니엘에게 주어졌다. 이때 다니엘은 이미 여든 살을 넘어선 고령이었다. 하지만 두 려움에 떨고 있는 왕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천천히 하나님의 멧세지 를 선포하기 시작하는 그의 모습은 꼿꼿하고 당당하기만 했다. 다 니엘은 먼저 왕을 위주로 준비한 멧세지를 선포하기 시작했다. 왕 을 위하여 준비되었다고는 하나 결국 연회장 안의 모든 심령들이 들어야 할 멧세지이기도 했다. 그것은 참으로 권위있는 설교였다! 그 하나님의 사람은 자신의 멧세지가 무엇에게도 매수될 수 없는 것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왕의 예물을 거절했는데, 이로 말미 암아 다니엘의 멧세지는 한층 더 권위를 갖게 되었다. 그런 다음, 선지자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한 가지 역사적 사실을 예로 들면서 벨사살에게 하나의 엄중한 교훈을 선포했다(18-21절). 그는 하나님께서 벨사살 왕의 조부(祖父) 느부갓 네살 왕에게 나라를 주셨는데, 느부갓네살이 교만해져서 자기가 소 유하고 있는 모든 것은 하나님께 빚진 것임을 부인했던 사실을 일 깨워 주었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느부갓네살을 비천하게 하사 그로 들짐승처럼 살게 하심으로써, 여호와가 주권자이시며 느부갓네살을 비롯한 모든 인간들은 하나님 앞에 자기 행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셨다. 이어서 다니엘은 벨사살이 그런 교훈을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적용 하게 놔두지 않고 그 왕을 세 가지 무거운 죄목으로 고발한다.
첫째로, 벨사살은 지식의 빛을 소홀히 하는 죄를 지었다(22절). 벨사살은 자기 조부 느부갓네살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잘 알고 있 었으나 그것들의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본 적이 없었다. 그는 역사 적 사실에서 유익을 얻으려 하지 않았고, 역사적 사실이 주는 경 고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하나님 앞에 자신을 낮추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 교만한 왕과 그의 나라는 안타깝게도 하나님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께서 주시는 빛에 사람들이 응답하기를 기대하신다. 만일 응답하지 않을 때, 사람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심판밖에 없다. 공성역(公聖役)을 행하실 때 예수께서는 고라신, 벳새다 , 가버나움 등지에서 기적을 행사하고 말씀을 전파하시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셨다. 하지만 그러한 주님의 사역에 대하여 사람들이 나타내 보인 유일한 반응은 냉랭한 무관심과 비웃음 섞인 불신앙뿐 이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 성읍의 거민들이 저 사악한 옛 도 시 두로, 시돈, 소돔보다도 더욱 큰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셨다.
왜냐하면 그들은 더욱 큰 빛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진리를 계시하실 뿐 아니라 그 계시를 받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으신다. 벨사살에게는 비교적 적은 양의 진리가 계시되 었지만, 그 역시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그렇다면 오늘 날 라디오, 혹은 잘 인쇄된 전도지를 통하여, 그리고 교회에서, 수련회에서, 대중 집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소개받았으면서도 믿 지 아니하는 현대인들은 얼마나 큰 책임과 대가를 치러야 하겠는가!
둘째로, 벨사살은 고의적으로 하나님을 모독했다(23절). 그의 범죄는 무지(無知)로 인해서 하나님을 모독한 사람의 경우와는 달랐다. 그는 분명히 계획적으로 하늘의 하나님을 모독하고, 대신 자기 자신을 하나님보다 높이려고 했다. 그는 고의로 하나님 의 성물(聖物)을 내어다가 모독함으로써 하나님 앞에 반기(反旗) 를 들었는데, 아마 이는 그 조상 느부갓네살 왕과 달리 자신은 히브리인의 하나님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 해서였던 것 같다. 이와 유사한 반항의 정신이 미국 시인 사라 티스데일(Sara T easdale)의 시 가운데에서도 나타난다. 나는 신(神)을 초청하지 않는다.죄의 틀로부터 나를 감싸 버리고 의(義)의 울타리로 내 인생의 집을 폐쇄시켜 버리는그러한 신을 내 영혼은 환영하지 않는다. 나는 천사들도 초청하지 않는다.휘황찬란한 빛의 날개를 달고 날아 와서는나의 상념과 나의 일상(日常)을 지배하려 하는그러한 천사들 을 내 영혼은 반가워하지 않는다. 내 영혼은 차라리바람에 흔들려 꺼져가는 상태에 있을지라도나 자신 속에 있는 빛을 환영한다. 나는 차라리 밤의 공포를 원한다.그리하여 의심의 밤길을 걸어가는 병자가 되기를 원한다. 나는 차라리 잃어버린 자가 되고 싶다.잃어버린 자가 될지언정나의 삶이 내 손에서 스르르 빠져나가신의 도구가 되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오직 홀로이고 싶다.비록 연약할지라도나의 모든 삶이 나의 지배 아래 있기를나는 원한다.
셋째로, 벨사살은 우상을 숭배했다(23절). 다니엘은 매우 신랄한 풍자적 표현으로 담대하게 왕이 저지른 범죄 의 심각성을 지적하고자 했다. 왕은 어찌하여 "보지도 듣지도 알 지도 못하는" 우상들을 신으로 섬기셨나이까 여기에 참으로 놀라 운, 신랄한 대조가 나타난다. 하나님은 느부갓네살의 삶에 간섭하 셨고 지금 이 연회장에서 말씀하고 계시는 반면, 바벨론의 우상들 은 귀머거리요 벙어리요 소경이었다. 벨사살은 아무 힘도 없는 거짓된 신들을 숭배하느라고 전능하신 참 하나님을 소홀히 여기고 무시했다. 벨사살의 불신에 대한 다니엘 의 지적은 매우 날카롭고 의미심장하다. "도리어 왕의 호흡을 주장하시고 왕의 모든 길을 작정하시는 하나님께는 영광을 돌리지 아니한지라"(23절). 벨사살은 자신의 호흡이 하나님의 주권 하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 지 못한 것이 확실하다. 그는 또한 자신의 모든 인생 행로가 하나님의 감독 하에 있음도 알지 못했다. 그는 인생 최초의 목적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는 진리 역시 깨달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는 자기 운명과 생애를 결정하고 좌우하는 자는 다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믿어 왔다. 윌리엄 헨리(William Henley)는 "인빅터스"(Invi ctus)라는 시에서 벨사살과 같은 신념을 이렇게 노래했다. 운명의 밤이 나를 뒤덮고온 세상이 지옥처럼 어두워질 때신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든지나는 감사하리라,그 어떤 세력도 정복할 수 없는나의 영혼을 인하여.크면 클수록 무너짐도 심하다재림을 준비하며 사십니까제아무리 무서운 환경의 압박 가운데서도나는 움 추러들지도,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불행이 곤봉처럼 나를 폭행하 여머리가 피투성이가 될지언정나는 굴복하지 않았다. 이 분노와 비통의 언덕 너머로오직 죽음의 공포만이 넌지시 비칠지 라도,나를 협박하던 세월들은두려워하지 않는 내 모습만을 발견하리 라. 인생살이의 방법이얼마나 정당한가는 중요하지 않다.심판의 두루마리 에 어떤 무거운 형벌이기록되어 있는가도 중요하지 않다.내가 바로 내 운명의 결정자이다.내가 바로 내 생애의 심판자이다. 벨사살의 범죄를 추궁하는 추상같은 멧세지를 선포한 후, 다니엘은 벽에 씌어 있는 글씨를 해석하기 시작했다. 다니엘이 그 신비한 글자들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 버지의 필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람어로 씌어진 그 글씨를 음독(音 讀)하면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었다. 이 글자들은 "세었 다", "무게를 달았다", "나누었다" 혹은 "무너졌다"라는 뜻 이었다. 다니엘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감(靈感)으로 이 단순한 세 마디의 단어를 종합하여 깊은 의미가 담긴 한 편의 멧세지를 이끌어냈다. 메네-벨사살의 치세(治世)는 하나님 앞에 헤아림을 받았으며, 더 셀 수 없는 마지막에 도달해 있었다. 세상의 모든 통치자들의 집권 기간은 하나님께서 결정하신다. 바로 그 하나님께서 벨사살 왕의 통치를 끝내기시로 결정하셨다. 그리하여 준엄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된다. "벨사살, 이제 너의 연대(年代)는 끝이 났다!" 데겔-벨사살을 하나님의 저울에 달아본 결과, 하나님께서 그에게 베풀어 주신 축복에 비해 너무 가벼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부족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세상의 군주로서의 그에게 기대 하신 바를 다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위치와 권세를 남용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알고 그분을 영화롭 게 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다시금 하나님의 말씀이 엄중하게 선포 된다. "벨사살, 너는 표준에 미달되었다!" 베레스(복수인 "우바르신"의 단수 형태)-벨사살의 나라는 종말 을 고할 것이며, 강대한 메대 바사 연합국의 통치를 받게 될 것이다. 결국 이는 하나님께서 세상 나라 왕들을 폐하기도 하고 세 우기도 하신다는 다니엘서 전체의 중심 사상과 일치하는 멧세지이다. "벨사살, 너의 왕국은 이제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상과 같은 다니엘의 멧세지에 대하여 벨사살 왕이나 연회장 안에 있던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는 성경에 자세히 언급되어 있지 않다. 추측컨대, 그들은 다니엘의 멧세지를 하늘의 하나님께 로부터 말미암은 권위있는 말씀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보라! 또한 사실이 그랬다! 이제 환락과 계시의 밤이 심판의 밤으로 바뀌 게 된다.
첫째/벨사살의 반응 벨사살 왕의 얼굴은 순식간에 사색(死色)이 되어 버렸다. 그 이 상한 글자를 보는 순간, 그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버렸고 떨리는 그의 손에서는 술잔이 떨어져 깨졌으며, 말할 수 없는 공포에 사 로잡힌 그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가 되고 말았다. 크게 놀란 벨사살은 박사들을 불러들여, 벽에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글 자를 해석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그 글자를 해석하는 자에게는 엄청난 상급을 내리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모인 자들 중에 어느 누구도 그 글자를 해석할 수 없었다. 여기에서 당시 이방 세계의 "박사들"(wise men)은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분이 계시하신 말씀을 해석하는 데에 얼마나 무력했는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러한 특권은 오직 하나님을 아는 자들에게만 부여되어 있다!
둘째/태후의 제안 왕과 귀인들, 왕후들과 빈궁들, 그리고 박사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에 휩싸여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을 때, 또다 른 한 사람이 연회장에 등장했다. 그 사람은 태후(太后)였다. 이 태후는 느부갓네살의 딸이며, 나보니더스의 부인이고, 또한 벨 사살의 어머니인 니토크리스(Nitocris)로 추정된다. 좌중을 둘러보며 분위기를 살핀 태후는 자기 아들인 왕에게 두 가 지를 권면했다. 먼저 태후는 벨사살에게 마음을 진정할 것을 권면 했고(10절), 그런 후 다니엘을 불러 그로 하여금 벽에 씌인 글자를 해석하도록 명령하라고 권면했다. 태후는 다니엘의 희귀한 재능들을 설명하면서 느부갓네살이 사용했던 것과 비슷한 용어들을 사용했다(5:11,12과 4:8,9,18 을 비교해 보라). 태후는 자기 아버지가 다니엘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들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제 그녀 역시, 그 들은 방식대로 꿈을 해석하고 어려운 수수께끼를 풀고 엉클린 난제들을 해결하는 다니엘의 능력을 증거했던 것이다.
셋째/다니엘의 등장 벨사살은 이미 자포자기의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이었고, 그래서 즉시 태후의 제안을 받아들여 다니 엘을 부를 것을 명령했다. 다니엘이 등장하자 벨사살은 그를 영접 하며 말했다. "네가 우리 부왕(父王)이 유다에서 사로잡아온 유다 자손 중의 그 다니엘이냐 내가 네게 대하여 들은즉 네 안에는 신(神)들의 영(靈)이 있으므로 네가 명철과 총명과 비상한 지혜가 있다 하도 다"(13,14절). 방탕아였던 벨사살은 지금까지 한 번도 하나님의 선지자를 불러 자 문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절망적인 상태에 빠지게 되자, 그처럼 오랫동안 무시해왔던 선지자를 불러 그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이었다. 조셉 파커 박사는 이 사건에 대하여 다음 과 같이 감동적인 주석을 달았다. 말씀의 전파자여, 그대는 언젠가 벨사살 왕의 부름을 받게 될 것이다. 연회가 시작할 때에 부름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연회가 끝 나기 전에 그 자리에 부름을 받게 될 것이다. 왕은 그대에게 술 을 마시라고 명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자기의 고통의 이유를 밝 혀 주고 마음의 병을 고쳐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때를 기다리라. 지금 그대는 아무것도 아니다…연회가 진행되는 도중에 설교를 한 다든지, 성경을 이야기한다든지 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종종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처럼 , 설교자도 반드시 설교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인간적인 모 든 방법들이 수포로 돌아갈 그때에 사람들이 설교자를 찾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설교자는 담대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등장하게 된다. 이때 설교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 한 가지, 세상의 무지 몽 매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멧세지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뿐이 다…오, 설교자요 선포자이며 교사인 다니엘이여! 이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 심판과 멸망의 멧세지일진대, 세상을 향해 큰 소리 로 외쳐 말하라! 만일 그것이 자비와 사랑과 환영의 멧세지라면, 자비의 눈물을 흘리면서 부드러운 말로 멧세지를 전하라(The People's Bible, pp. 415-416). 왕이 말하고 있는 동안, 노(老) 선지자는 고개를 돌려 연회장을 둘러보았다. 연회장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는 죄와 타락의 징후가 너무도 뚜렷하게 느껴졌고, 그것은 평생 하나님과 동행해오던 선 지자에게 심히 꺼려지는 것이었다. 어쨌든 선지자의 장중한 태도와 경건한 모습은 장내를 침묵으로 몰아넣었으며 방탕한 술꾼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참으로 오랫동안 다니엘은 왕에게 하나님을 증거할 기회를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해왔다. 이제 그 증거의 기회가 다니엘에게 주어졌다. 이때 다니엘은 이미 여든 살을 넘어선 고령이었다. 하지만 두 려움에 떨고 있는 왕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천천히 하나님의 멧세지 를 선포하기 시작하는 그의 모습은 꼿꼿하고 당당하기만 했다. 다 니엘은 먼저 왕을 위주로 준비한 멧세지를 선포하기 시작했다. 왕 을 위하여 준비되었다고는 하나 결국 연회장 안의 모든 심령들이 들어야 할 멧세지이기도 했다. 그것은 참으로 권위있는 설교였다! 그 하나님의 사람은 자신의 멧세지가 무엇에게도 매수될 수 없는 것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왕의 예물을 거절했는데, 이로 말미 암아 다니엘의 멧세지는 한층 더 권위를 갖게 되었다. 그런 다음, 선지자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던 한 가지 역사적 사실을 예로 들면서 벨사살에게 하나의 엄중한 교훈을 선포했다(18-21절). 그는 하나님께서 벨사살 왕의 조부(祖父) 느부갓 네살 왕에게 나라를 주셨는데, 느부갓네살이 교만해져서 자기가 소 유하고 있는 모든 것은 하나님께 빚진 것임을 부인했던 사실을 일 깨워 주었다. 이에 하나님께서는 느부갓네살을 비천하게 하사 그로 들짐승처럼 살게 하심으로써, 여호와가 주권자이시며 느부갓네살을 비롯한 모든 인간들은 하나님 앞에 자기 행위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셨다. 이어서 다니엘은 벨사살이 그런 교훈을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적용 하게 놔두지 않고 그 왕을 세 가지 무거운 죄목으로 고발한다.
첫째로, 벨사살은 지식의 빛을 소홀히 하는 죄를 지었다(22절). 벨사살은 자기 조부 느부갓네살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잘 알고 있 었으나 그것들의 역사적 교훈을 되새겨본 적이 없었다. 그는 역사 적 사실에서 유익을 얻으려 하지 않았고, 역사적 사실이 주는 경 고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으며, 하나님 앞에 자신을 낮추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 교만한 왕과 그의 나라는 안타깝게도 하나님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께서 주시는 빛에 사람들이 응답하기를 기대하신다. 만일 응답하지 않을 때, 사람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심판밖에 없다. 공성역(公聖役)을 행하실 때 예수께서는 고라신, 벳새다 , 가버나움 등지에서 기적을 행사하고 말씀을 전파하시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셨다. 하지만 그러한 주님의 사역에 대하여 사람들이 나타내 보인 유일한 반응은 냉랭한 무관심과 비웃음 섞인 불신앙뿐 이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 성읍의 거민들이 저 사악한 옛 도 시 두로, 시돈, 소돔보다도 더욱 큰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선언하셨다.
왜냐하면 그들은 더욱 큰 빛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진리를 계시하실 뿐 아니라 그 계시를 받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으신다. 벨사살에게는 비교적 적은 양의 진리가 계시되 었지만, 그 역시 거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그렇다면 오늘 날 라디오, 혹은 잘 인쇄된 전도지를 통하여, 그리고 교회에서, 수련회에서, 대중 집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소개받았으면서도 믿 지 아니하는 현대인들은 얼마나 큰 책임과 대가를 치러야 하겠는가!
둘째로, 벨사살은 고의적으로 하나님을 모독했다(23절). 그의 범죄는 무지(無知)로 인해서 하나님을 모독한 사람의 경우와는 달랐다. 그는 분명히 계획적으로 하늘의 하나님을 모독하고, 대신 자기 자신을 하나님보다 높이려고 했다. 그는 고의로 하나님 의 성물(聖物)을 내어다가 모독함으로써 하나님 앞에 반기(反旗) 를 들었는데, 아마 이는 그 조상 느부갓네살 왕과 달리 자신은 히브리인의 하나님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 해서였던 것 같다. 이와 유사한 반항의 정신이 미국 시인 사라 티스데일(Sara T easdale)의 시 가운데에서도 나타난다. 나는 신(神)을 초청하지 않는다.죄의 틀로부터 나를 감싸 버리고 의(義)의 울타리로 내 인생의 집을 폐쇄시켜 버리는그러한 신을 내 영혼은 환영하지 않는다. 나는 천사들도 초청하지 않는다.휘황찬란한 빛의 날개를 달고 날아 와서는나의 상념과 나의 일상(日常)을 지배하려 하는그러한 천사들 을 내 영혼은 반가워하지 않는다. 내 영혼은 차라리바람에 흔들려 꺼져가는 상태에 있을지라도나 자신 속에 있는 빛을 환영한다. 나는 차라리 밤의 공포를 원한다.그리하여 의심의 밤길을 걸어가는 병자가 되기를 원한다. 나는 차라리 잃어버린 자가 되고 싶다.잃어버린 자가 될지언정나의 삶이 내 손에서 스르르 빠져나가신의 도구가 되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오직 홀로이고 싶다.비록 연약할지라도나의 모든 삶이 나의 지배 아래 있기를나는 원한다.
셋째로, 벨사살은 우상을 숭배했다(23절). 다니엘은 매우 신랄한 풍자적 표현으로 담대하게 왕이 저지른 범죄 의 심각성을 지적하고자 했다. 왕은 어찌하여 "보지도 듣지도 알 지도 못하는" 우상들을 신으로 섬기셨나이까 여기에 참으로 놀라 운, 신랄한 대조가 나타난다. 하나님은 느부갓네살의 삶에 간섭하 셨고 지금 이 연회장에서 말씀하고 계시는 반면, 바벨론의 우상들 은 귀머거리요 벙어리요 소경이었다. 벨사살은 아무 힘도 없는 거짓된 신들을 숭배하느라고 전능하신 참 하나님을 소홀히 여기고 무시했다. 벨사살의 불신에 대한 다니엘 의 지적은 매우 날카롭고 의미심장하다. "도리어 왕의 호흡을 주장하시고 왕의 모든 길을 작정하시는 하나님께는 영광을 돌리지 아니한지라"(23절). 벨사살은 자신의 호흡이 하나님의 주권 하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 지 못한 것이 확실하다. 그는 또한 자신의 모든 인생 행로가 하나님의 감독 하에 있음도 알지 못했다. 그는 인생 최초의 목적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는 진리 역시 깨달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그는 자기 운명과 생애를 결정하고 좌우하는 자는 다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믿어 왔다. 윌리엄 헨리(William Henley)는 "인빅터스"(Invi ctus)라는 시에서 벨사살과 같은 신념을 이렇게 노래했다. 운명의 밤이 나를 뒤덮고온 세상이 지옥처럼 어두워질 때신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든지나는 감사하리라,그 어떤 세력도 정복할 수 없는나의 영혼을 인하여.크면 클수록 무너짐도 심하다재림을 준비하며 사십니까제아무리 무서운 환경의 압박 가운데서도나는 움 추러들지도, 비명을 지르지도 않았다.불행이 곤봉처럼 나를 폭행하 여머리가 피투성이가 될지언정나는 굴복하지 않았다. 이 분노와 비통의 언덕 너머로오직 죽음의 공포만이 넌지시 비칠지 라도,나를 협박하던 세월들은두려워하지 않는 내 모습만을 발견하리 라. 인생살이의 방법이얼마나 정당한가는 중요하지 않다.심판의 두루마리 에 어떤 무거운 형벌이기록되어 있는가도 중요하지 않다.내가 바로 내 운명의 결정자이다.내가 바로 내 생애의 심판자이다. 벨사살의 범죄를 추궁하는 추상같은 멧세지를 선포한 후, 다니엘은 벽에 씌어 있는 글씨를 해석하기 시작했다. 다니엘이 그 신비한 글자들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 버지의 필적이었기 때문이다. 아람어로 씌어진 그 글씨를 음독(音 讀)하면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었다. 이 글자들은 "세었 다", "무게를 달았다", "나누었다" 혹은 "무너졌다"라는 뜻 이었다. 다니엘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감(靈感)으로 이 단순한 세 마디의 단어를 종합하여 깊은 의미가 담긴 한 편의 멧세지를 이끌어냈다. 메네-벨사살의 치세(治世)는 하나님 앞에 헤아림을 받았으며, 더 셀 수 없는 마지막에 도달해 있었다. 세상의 모든 통치자들의 집권 기간은 하나님께서 결정하신다. 바로 그 하나님께서 벨사살 왕의 통치를 끝내기시로 결정하셨다. 그리하여 준엄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된다. "벨사살, 이제 너의 연대(年代)는 끝이 났다!" 데겔-벨사살을 하나님의 저울에 달아본 결과, 하나님께서 그에게 베풀어 주신 축복에 비해 너무 가벼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부족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세상의 군주로서의 그에게 기대 하신 바를 다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위치와 권세를 남용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님을 알고 그분을 영화롭 게 하지도 못했다. 그래서 다시금 하나님의 말씀이 엄중하게 선포 된다. "벨사살, 너는 표준에 미달되었다!" 베레스(복수인 "우바르신"의 단수 형태)-벨사살의 나라는 종말 을 고할 것이며, 강대한 메대 바사 연합국의 통치를 받게 될 것이다. 결국 이는 하나님께서 세상 나라 왕들을 폐하기도 하고 세 우기도 하신다는 다니엘서 전체의 중심 사상과 일치하는 멧세지이다. "벨사살, 너의 왕국은 이제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상과 같은 다니엘의 멧세지에 대하여 벨사살 왕이나 연회장 안에 있던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는 성경에 자세히 언급되어 있지 않다. 추측컨대, 그들은 다니엘의 멧세지를 하늘의 하나님께 로부터 말미암은 권위있는 말씀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보라! 또한 사실이 그랬다! 이제 환락과 계시의 밤이 심판의 밤으로 바뀌 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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