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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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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개신교회는 지난 9월에 일제히 각 교단총회를 개최하였고, 총회를 마치면서 개신교의 대표적인 몇 교단이 시국성명서를 발표하였습니다. 이들 교단총회는 현 시국이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갖기로 하였습니다. 이 기도회는 각 교단별로, 그리고 연합하여 개최하였습니다.
우리가 주목할 기도회는 지난 10월 4일에 시청 앞 광장에서 개최된 기도회입니다. 이 기도회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주관한 것인데 10여만명이나 운집한 거대한 기도회였습니다. 이날 기도회는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사학법 개정 반대’, ‘한미 동맹 강화’ 등으로 정치적인 현안들이 주 내용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날 기도와 격려사의 내용들이 거의 정치적인 것이었습니다.
격려사를 한 조용기 목사는 “김정일이 원자탄과 미사일을 만들고, 110만 대군을 휴전선에 배치해 어느 순간 불바다가 될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며, “우리 군대가 울타리라면 보안법은 대문이며, 울타리가 아무리 튼튼해도 대문이 열리면 끝장이며, 그동안 북한이 대문(보안법)을 열라고 요구했으며, 지금 우리 사회에도 대문을 열라(보안법을 폐지하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 문을 열면 바로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하였습니다. 그리고 조목사는 “도적이 있는 이상 문을 잠그고 있어야 하며, 지금 대문이 크면 줄여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그는 “목숨을 걸고 보안법을 지키자”고 호소하였습니다.
기도를 한 김홍도목사는 현 시국을 ‘건국 이래 최대 위기’라고 규정하고 “우리나라가 잘 살 수 있도록 수십년 동안 도와준 미국을 대적하는 반미사상, 공산주의 사상이 염병처럼 퍼져가며, 여러나라를 거지로 만든 공산주의 이론이 우리나라를 몰락시키고 있다”며 “잔인무도 한 사탄 정권 김정일이 빨리 붕괴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였습니다. 그리고 김목사는 “지금 대한민국은 간첩천국이 되었으니, 더는 간첩이 발붙이지 못하게 친공, 친북, 좌경세력을 물리쳐 주소서”라고 간구 하였습니다.
이날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낭독한 김한식목사는 “공산주의 마수가 자유대한민국을 침략해 적화위기에 처하게 됐을 때 여호와 하나님의 손길은 미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나타났다”며, “존경하는 부시대통령과 미합중국에 여호와 하나님의 축복이 늘 함께 하시기를 기도한다”는 메시지를 전하였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대한민국의 노무현 대통령에 보내는 메시지를 낭독한 신혜식(독립신문대표)씨는 “적을 이롭게 하는 짓을 하는 대통령이라면 우리가 ‘대통령’이라고 부를 수 없으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날 기도회장에는 “적화노선을 추구하는 노무현 정권 몰아내자”. “김정일 앞잡이 노무현정권 타도하자” 등의 원색적 구호를 외치며 인공기와 김정일 사진을 불태우는 등 과격한 시위도 연출되었으며,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 중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시가행진을 시도하다가 전경들과 심한 몸싸움을 벌리는 불상사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같은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기도회’에 대한 비판이 따갑습니다. 이 기도회는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 즉 대형교회들과 보수 수구세력들이 야합한 정치집회로 변질되었으며, 이는 곧 군사정권 때 급성장한 대부분의 대형교회들과 구테타와 민주말살, 인권유린과 부정부폐, 탈법과 불법을 자행한 군사정권에 편승하여 지금까지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보수 수구세력들이 정치상황의 지각변동 때문에 불안한 나머지 자기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반정부적인 정치집회라는 비판입니다. 특별히 통합과 일치와 평화를 위해 힘써야 할 교회가 국가보안법 폐지가 마치 국가의 멸망과 직결되는 것처럼 위기감을 조성해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불안케 하는 기도회를 주도했다는 비판입니다. 한마디로 다시 말하면,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 기도회’는 ‘기도회’라기 보다는 ’궐기대회‘이며 반정부집회로서 정치판이 되고 말았다는 따가운 비판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해야합니다. 나라가 위기에 직면하고 백성들이 고통을 당할 때 교회는 그 어느 집단보다도,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은 그 누구보다도 애국심을 가지고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환난날에 우리를 도우시는 여호와 하나님, 우리의 산성과 방패와 피난처가 되시는 여호와 하나님을 붙들고 기도해야 합니다. 그것은 오로지 여호와 하나님에게만 우리의 구원이 있기 때문입니다(시18:6; 32:7; 46:1-11; 59:16; 77:2).
우리는 이스라엘이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 왕과 방백들과 온 백성이 여호와 하나님 앞에 함께 모여 무엇을 간구하고, 어떻게 기도했는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삼상7:1-17; 욜2:12-17). 또한 우리는 이스라엘의 제사장들이 홀로(단독자가 되어)지성소에 들어가서 이스라엘을 위한 중보의 기도를 드린다는 사실도 잘 압니다. 특별히 우리는 모세가 범죄 한 이스라엘에 대한 여호와 하나님의 심판을 가로막아 서서 얼마나 처절하고 장렬한 기도를 드렸는가를 잘 알고 있습니다(출32:31-34).
바울은 오늘 우리의 본문에서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라”(2a절)는 것이고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다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기 위함이라”(2b절)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말씀은 8절입니다. “남자들은 분노와 다툼이 없이 기도하라”는 권면의 말씀입니다.
이토록 앞에서 언급한 이스라엘의 미스바성회(삼상7장)와 민족을 위한 모세의 모범적인 중보기도와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에 대한 바울의 가르침(딤후2장)과, 그리고 예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마6장) 등과 같은 성서적인 기도에 비추어 보면, 오늘날 우리의 기도가 얼마나 비성서적이고 잘 못된 기도인가를 인식하게되며, 더욱이 지난 10월 4일의 시청 앞 광장(한기총)의 구국기도회는 너무나 부끄러운 기도회였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어떻게’ 드리고 ‘무엇을’ 간구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기도이며 여호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응답해 주시는 기도이겠습니까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위해서 ‘어떻게’ 기도하고 ‘무엇을’ 간구 했는가를 살펴봅시다. 모세는 범죄 한 이스라엘의 죄를 심판하시겠다는 여호와 하나님 앞에 나아가 섰습니다. 그는 여호와 하나님의 심판을 가로막아 섰습니다. 그리고 모세는 먼저 죄를 고백했습니다. “이 백성이 자기들을 위하여 금신을 만드는 큰 죄를 범하였습니다”(출32:31)하고 죄를 고백했습니다. 그 다음에 모세는 이스라엘의 죄를 사애 주실 것을 간구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모세가 목숨을 걸고 백성들을 위해 기도한다는 사실입니다. “합의하시면 이제 그들의 죄를 사하시옵소서 그렇지 않사오면 원컨대 주의 기록하신 책에서 내 이름을 지워 버려 주옵소서”(출32:32)라고 간구하는데, 이 기도는 바로 목숨을 걸고 한 기도라 하겠습니다. 여러분, 이 얼마나 위대하고 장한 기도입니까!
먼저 죄를 고백하고 여호와 하나님의 용서를 구하는 기도, 더 나아가 자기는 죽어도 좋으니 이 백성을 구원해 주실 것을 간구 하는 목숨을 건 기도, 이같은 기도가 바로 우리가 드릴 올바른 기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에서 무엇보다도 우선 이 민족이 여호와 하나님 앞에서 범한 죄를 고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백성이 여호와 하나님 앞에서 큰 죄를 범하였습니다”라는 죄책고백을 해야 하고, 그리고 나서 여호와 하나님의 용서와 구원을 간구 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오늘날 이 나라와 이 민족이 직면한 총체적 위기는 외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일입니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함으로써 북한이 남침하게 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 위기가 아닙니다. 미국이 우리를 돕지 않고, 미군이 철수하는 일이 이 나라에 위기가 닥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두려워 할 것은 북한의 남침도 아니고, 미국이 우리를 도와주지 않고 미군이 완전히 철수하는 것도 아닙니다. 참으로 우리가 두려워 할 것은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잇는 죄악들입니다. 이 민족이 여호와 하나님과 이웃들에게 범한 죄악들, 이것이 우리를 위기로 몰아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죄악들을 두려워하고, 이 죄악들을 여호와 하나님 앞에 참회하는 회개운동이 있어야 합니다.
이스라엘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 민족도 지금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금식하며 울며 애통하고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 하나님께 돌아가는”, 그리고 우리가 “옷을 찢을 것이 아니라 마음을 찢고 여호와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가는” 회개 운동이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과 국무의원들과 국회의원들, 온 백성이 여호와 하나님 앞에 돌아와 마음을 찢으며 회개하는 놀라운 역사가 있어야 합니다. 이같은 회개운동이 있을 때 “은혜로우시며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 하시며 인애가 크신 여호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재앙(심판)을 내리지 않으시고 이 나라와 민족을 구원해 주실 것입니다(욜2:12-14). 할렐루야!
예수께서 우리들에게 ‘무엇을’ 기도하고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마6:5-15). 이 가르침에서 특별히 오늘 우리가 주목할 것은 “외식하는 자와 같이 기도하지 말고 또한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 서서 기도하지 말고,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 여호와 하나님께 기도하라”(마6:5-6)는 가르침입니다.
여러분, “골방에 들어가서 기도하라”는 의미가 무엇입니까 물론 골방이란 공간적인 장소를 말합니다. 하지만 ‘골방’이란 여호와 하나님과 홀로 있는 ‘단독자’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면이 차단 된 골방, 모든 사람과 단절된 상태에서 오로지 여호와 하나님과만 만나는 곳, 그곳이 골방입니다. 이것은 바로 기도의 대상이 오로지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을 의식하고 하는 인본주의의 기도가 아니라 신본주의의 기도를 의미합니다.
이같은 의미에서 지난번 시청 앞 광장의 구국기도회는 이미 지적한데로 ‘기도’라기 보다는 ‘시위’였으며, 여호와 하나님께 드리는 ‘신본주의’적인 기도라기보다는 사람들을 의식 한 인본주의적인, 즉 정치적인 시위(궐기)였다고 하겠습니다. 여러분, 이것이 바로 외식하는 자의 기도입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우리는 외식하는 자처럼 사람에게 보이려고 길거리(광장)에서 기도할 것이 아니라 골방에 들어가서 ‘단독자’가 되어 여호와 하나님께 기도해야 합니다. 골방에서 우리는 먼저 우리의 잘못을 참회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우리는 이 나라의 대통령과 위정자들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그들이 여호와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백성을 사랑하는 지도자들이 될 수 있도록 간구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기도할 것은, 반목과 갈등으로 분열된 나라가 대화와 화해를 통해 상생과 일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이 나라의 어려운 경제가 호전되고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이 살맛이 나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이 땅에 안보불안이 해소되고 한반도의 핵위기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며, 이 땅에 평화와 통일의 날이 속히 올 수 있도록, 그리고 진실로 한국교회가 이 나라와 민족의 소망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자기갱신과 개혁을 함으로써 교회다운 교회가 되는 놀라운 역사가 있도록 기도할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바울이 권면한 “남자들은 분노와 다툼이 없이 거룩한 손을 들어 기도하라”(딤후2:8)는 말씀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 말씀을 읽으면서 특히 지난번 구국기도회의 장면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시청 앞 광장에 모인 10여만명의 참석자들 중에 여자들은 별로 없었습니다. 거의 ‘남자들’이었습니다. 그 때 기도회는 ‘분노와 다툼’의 목소리로 발악하는 남자들의 고성만 들렸습니다. 적개심과 분노, 증오심과 불만으로 가득 찬 기도소리, 그것은 곧 소음이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의 기도회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같은 부끄러운 기도, 분노와 다툼이 있는 기도를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것은 여호와 하나님께서 귀를 막으시고 들어주시지 않는 외식하는 자들의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진실로 지금 우리가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할 때입니다. 지금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이 나라의 대통령과 장관들, 국회의원들과 모든 지도자들을 위하여 기도 할 때입니다. 분노와 다툼으로, 증오심과 적개심으로 기도하지 말고, 외식하는 자처럼 길거리에 서서 기도하지 말고, 골방에 들어가서 ‘단독자’가 되어 오로지 여호와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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