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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강림] 하나되게 하시는 성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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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성령강림주일로 그리스도의 부활 후 50일이 되는 오순절에 제자들이 모여 기도하던 중 성령의 임재를 체험한 일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제자들이 성령 충만함을 받아 각 나라 방언으로 말하면서 예루살렘에 모여든 각 나라 사람들 을 놀라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오순절에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성령 강림사건은 여러 가지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지만, 특히 여러 나라 사람들이 서로 의사를 소통할 수 있었다는 언어 사건은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누가가 사도행전을 기록하면서 성령 강림 후 첫 사건으로 이 언어 사건을 기록한 데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입 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성령의 역할이 복음을 세계화시킨다는 데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사도행전 2장 말씀을 자세히 보면, 여러 나라 여러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다 각기 자기들의 방언으로 사도들의 전하는 복음을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다 우리의 각 방언으로 여호와 하나님의 큰일을 말함을 듣는도다. "
이 사건은 사도행전 1장 8절의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하신 말씀과 관계가 있습니다. 땅끝까지 곧 모든 나라 사람들이 복음을 듣게 될 것을 말씀한 것입니다. 사도행전을 자세히 읽어보면, 성령께서 오셔서 언어를 하나로 통일시킨 것이 아니라 복음이 각 나라 각 지방으로 전파되게 하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기 나타난 언어사건은 사실상 복음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령 께서 강림하시므로 복음이 모든 나라 여러 방언으로 전파되었던 것입니다.
지금 실제로 성경이 번역된 언어 수는 96년 말 통계로 2,167입니다. 성경 전체가 번역된 것은 355개 방언이고, 신약성경만 번역된 것은 880개 방언이며, 성경 일부 즉 단편이 번역된 것은 932개 방언입니다. 현재 전세계 언어는 약 6천여 방언이라고 합니다. 방언은 나라 수보다도 훨씬 많아서, 인도 같은 나라에는 방언이 50여 가지나 된다고 합니다.
복음은 실제로 땅끝까지 이런 모습으로 전파되고 있습니다. 언어의 통일이 아닌 복음에 의한 통일이라고 하겠습니다. 성령 강림으로 수천 가지의 방언을 사용 하는 여러 민족이 하나의 교회를 이루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성령의 은사로 방언을 이야기합니다만 진정으로 성령의 은사를 받은 사람들은 이 수천 가지 방언으로 성경을 번역한 사람들입니다. 세계성서공회연합회는 지금도 계속해서 681개 언어의 성경을 번역하는 사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글자도 없고 문법도 없는 아프리카 여러 부족들의 언어를 배워서 문자를 만들고 그 문자로 성경을 번역하고 또 그 문자를 그들에게 가르쳐 성경을 읽게 하는 전도자들이야말로 성령 충만함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오순절 성령 강림 이후 오늘날까지 2,167개 언어를 가진 사람들에게 복음이 전파된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성령의 놀라운 역사가 아니겠습니까 성령의 역사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고, 민 족을 초월하며, 모든 계급, 모든 이념의 장벽을 허물어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인 류로 하나되게 하시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성령은 인간들이 쌓아올린 모든 장벽 을 허물고 그리스도 안에서 다같이 여호와 하나님을 섬기는 그의 백성이 되게 하시는 것 입니다. 이것이 바로 성령 강림절의 중요한 의미입니다.
우리는 오순절 성령 강림으로 일어난 언어 사건과 대조되는 구약성경의 바벨탑 사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벨탑 사건은 언어의 혼란을 가져온 사건 입니다. 언어의 혼란을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흩어지게 된 것은, 하늘 꼭대기에 닿는 탑을 쌓아 자기들의 이름을 내고 하나의 강력한 왕국을 건설하려 했던 데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인간이 하나의 언어로 서로 의사 소통을 할 수 있었는데, 그 언어가 혼잡하게 되어 의사를 소통할 수 없게 된 것은, 거룩하신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고 그를 경 배하는 대신에 인간의 욕심을 좇아 거대한 인간의 왕국을 세우려 했던 데에 문제 가 있었던 것입니다.
인간은 오늘날도 끊임없이 거대한 인간의 왕국을 건설하여 자기들의 이름을 널리 들어내고, 여호와 하나님을 떠나므로 혼란과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와 갈등과 분열과 전쟁은 결국 서로가 나름대로의 왕국을 세우려 하는데 그 원인이 있는 것입니다. 그 시대 그 상황에서 여호와 하나님의 뜻이 무 엇인지를 묻지 않고, 자기의 왕국을 세우려 하기 때문에 분열 될 수밖에 없는 것 입니다.
우리 나라가 남북으로 나누이게 된 것도 세계 강대국들이 서로 자기들의 세력을 확보하고 확장하려는 데서 비롯되었고, 그들의 사주를 받은 남과 북이 각각 자 기들의 왕국을 세운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민족이요 같은 언어를 사 용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념의 높은 장벽 때문에 가장 먼 나라, 가장 의사가 소통 되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렸습니다. 북쪽에서는 주체 사상이라는 사상의 바벨탑을 쌓아올렸고, 남쪽에서는 경제 성장이라는 바벨탑을 쌓아 올렸습니다. 각기 자기들 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려고 거대한 바벨탑 쌓기 경쟁을 벌여 왔습니다. 그러나 지 금 우리의 이름은 아름답게 세계에 알려진 것이 아니라 참으로 비극적이고 혼돈 을 거듭하고 있는 나라들로 알려졌습니다. 우리가 각각 쌓아 올린 바벨탑이 우리 민족을 하나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두꺼운 장벽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오늘 우리 한국 사회가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혼란을 극복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과거 30여 년 간 경제 성장을 위해 노력함으로 상당한 수준에 올라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제가 향상되면 사회가 안정될 줄 알았는데, 지금 우리는 더욱 극심한 혼란은 경험하고 있습니다. 지역간의 갈등을 비롯하여 이념의 갈등을 통하여 좌우로 갈리어 혼란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쌓아올린 경제 성장의 바벨탑이 이 사회를 하나로 엮어 주지 못한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성령 강림절을 맞이하면서 우리가 이제까지 나름대로 열심 히 쌓아올리던 바벨탑 쌓기를 멈추고, 조용히 머리 숙여 성령의 임재를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어리석게 인간의 왕국을 꿈꾸던 제자들이 겸손히 머리 숙여 기도하면서 성령의 임재를 기다린 것처럼, 우리도 기도하며 성령이 임하시기를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제자들이 성령 충만함을 받았을 때 자기들이 꿈꾸던 인간의 왕국 대신에 여호와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위해 헌신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성령 강림 을 통하여 우리가 쌓아 올렸던 모든 장벽들을 헐어버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여호와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야 하겠습니다. 오늘 이 혼란을 극복하는 길은, 우리 모두가 바벨탑에 대한 어리석은 기대를 버리고 오히려 낮아지고 섬기는 자가 되 어 여호와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받아들이는 데 있습니다.
성령의 역사는 모든 갈등, 모든 분열을 극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되게 하십니다. 성령의 역사는 이 땅에 여호와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시고 확장하시는 데 있습니다. 성령은, 그리스도가 이룩하신 십자가를 통한 화해의 역사를 계속해서 우리 속 에 확산시켜 가고 계신 것입니다. 우리가 성령 충만함을 체험하였다면 나만 예수 믿고 구원받는데 머물지 않고 가정의 화목을 위하여, 이웃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 하여 노력할 것입니다. 지역간의 갈등의 극복을 위해, 빈부간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종교간의 협력과 대화를 위해, 남북간의 이념 대결을 넘어서기 위해 노력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예수를 믿게 되면 더욱 폐쇄적인 사람들이 되어, 담을 더 높이 쌓고, 문을 더 꼭꼭 걸어 잠그고 있습니다. 예수 를 믿는 사람들의 가정이 더욱 화목하여 고부간의 갈등도 없고, 부모를 더욱 잘 모신다는 통계가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오히려 더 반공주의에 몰입 하여 남북통일에 장애가 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오늘 우리 정부는 기독교 정부라 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지만, 이승만 대통령 때처럼 아주 심한 반공 정책을 견 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과의 협상과 대화를 유연하게 이끌지 못하고 더욱 경직되게 만들어 놓아서 지금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알지 못하고 있습 니다. 이 모두가 경제 성장이나 교회 성장이라는 바벨탑 세우기에만 열중하여 성 령이 진정으로 원하시는 하나되게 하시는 역사를 잊어버린 결과입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교회 성장'이라는 욕망에서 벗어나서 여호와 하나님 나라 의 성장을 위해 성령과 함께 일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먼저 교회가 하나되고, 지역간의 갈등, 사회 계층간의 갈등, 남북의 분단을 넘어서서 모두가 하나되게 하는 운동을 전개하여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부르짖는 세계화는 경제 성장을 위한 세계화가 아니라 복음의 세계화이며, 여호와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뜻하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나 자신의 구원에만 집착하였던 데서 벗어나 세계 속에 여호와 하나님의 통치 를 실현하는 운동에 발벗고 나서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세계화 의식이며 운동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또 다시 성령 강림절을 맞이하면서 우리 모두가 물질 문명에 현혹되어 정신없이 살던 삶에서 돌이켜 겸손히 성령의 임재하심을 기다려야 하겠 습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성령 충만함을 받아 모든 계급, 모든 이념, 모든 사회적 차별을 넘어서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되게 하시는 거룩하신 뜻을 이루어가도록 힘써야 하겠습니다. 성령 충만함을 통하여 자기 욕심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왕국 대신에 여호와 하나님 나라를 바라봅시다. 인간의 어리석은 욕망을 좇아 동분서주하는 대 신에 낮아지셔서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하신 뜻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자신을 성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성만찬예식을 통하여 다시 한번 우리 가운데 오시는 성령을 영접하여 그의 인도하심과 가르치심을 따라 그리스도의 공동체를 세워가야 하겠습니다. 이 성령강림절에 성령 충만함을 체험하시므로 높이 쌓았던 담들을 다 헐어버리고 하나되게 하시는 성령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 하시는 여러분의 생활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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