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을 사러 달려온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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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쇄 박물관에 한 친구가 있어 모처럼 만에 시간을 내어서 들러보았다. 벤치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저 멀리서 이 목사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그래서 손을 흔들며 아는 체를 하고 어디를 그렇게 급히 가시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그는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 목사님 여기는 웬 일이십니까” “아, 네. 박물관 매점에서 살 게 있어서요.” “뭔데요” “종이예요. 어제 이탈리아에서 온 한 자매가 이 곳에 들렸었는데 그 종을 무척 마음에 들어 하더라고요. 그런데 돈이 없어서 사지 못했어요. 아무래도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다시 온 거예요.” 이 목사는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같이 매점에 들어갔다. 매점은 생각보다 깔끔하고 고풍스럽게 단장되어 있었다. 한국적인 상품들이 아기자기하고 오밀조밀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눈에 확 띄는 물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이 목사가 고르고자하던 종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매혹적이었는데 외국인의 눈에는 얼마나 더 매혹적이었을까! 또 그렇게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사주지 못한 안타까움을 견디지 못해서 먼 길을 급히 달려온 이 목사의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순간 감동의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래 이렇게 아름다운 목자들이 있기에 이 땅은 아름답고 살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 가끔 이렇게 예고치 않고 부딪쳐도 신선한 감동을 던져주는 이 목사를 난 존경한다. 굳이 자기를 알아달라고 떠들고 다니지 않아도 감동은 이렇게 잔잔히 밀려오는 것을. 이 목사는 바쁘다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잔의 커피를 나눌 여유조차 주지 않고 황급히 뛰어갔다. 그의 몸집은 왜소했지만 그의 그림자는 거인의 그림자가 되어 내 가슴을 가득 메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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