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TOP
DOWN


인생교육이 없다

본문

우리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너무 골몰히 생각하다가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보다는 더 혼란스러워지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오늘의우리 교육문제가 그러한 것 같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모든 사람들이 말을 하지만 시원한 해답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혜로운 사람들이 이런경우어떻게 하나 생각해 보니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교육개혁이든 교육혁명이든 교육문제의 해결 없이는 우리는 세계화를 할 수 없다고 본다.교육은 인간이 보람있는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사람을 기르는 것이다.보람있는 삶을 누리는 것이 어느 특정 대학에 입학을 하는 것으로 결정되는 사회풍조가 있는 한 교육은 파행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보다도 행복이 무엇이고 보람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정의를 새롭게 하여야 한다. 행복이나 보람은 대접을 받는데 있는 것이아니고 남을 섬기고 더불어 사는데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그러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교육의 내용은 무엇이며 이러한 교육은 언제 시작하여야 하나.서양사람들은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고 난리를 피우는데 우리 말에는세살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좋은 말이 있다. 교육은 태아로부터 시작된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교육은 세살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문제는 세살부터 시작되는 교육은 인성교육이 주가 되고 지식교육은 인성교육의보충정도로 끝나야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교육의 순서가 제대로 되지않고 있다. 인성교육이 거의 없고 교육이 지식교육으로 시작되어 지식교육으로 끝나고 있다.사람이 기본적인 삶의 자세를 바로 가지려면 어릴 때 부터 생활화되고 체질화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식교육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평생동안 배워야 한다. 하지만 생활교육은 시작이 잘 되어야 한다. 시작이 잘못된 것을 수정하려면 힘만 한없이 들고 잘 고쳐지지도않는 것이다.그러면 이러한 생활교육을 세살부터 잘 하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나.답은 가정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세살부터 아기들의 교육을 정상적으로 시킬 수 있는 안정된 가정이 있어야 한다. 가정교육 다음에는 탁아소, 유아원, 유치원, 국민학교, 중-고교, 대학교육의 순서로 인성교육이 이루어 지는데 대학으로 갈수록 지식교육이 점점 더 중요해져야한다. 이 지식교육은 암기하고 고르는 것이 아니다. 생각하고, 고민하고, 발표하고, 참여하는 교육이다.교육을 올바르게 이해하면 우리 교육개혁의 기본방향은 분명해 진다.첫째로 교육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야한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자질에 따라서 자유롭게 학교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의 경쟁력을높여 학교를 살리는 길도 서로가 좋은 교육을 위해 경쟁하게 만드는 길이외엔 없다. 이는 좋은 교육과정과 열성을 들이는 학교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학교는 자연적으로 도태되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다.둘째로는 교육기회의 평등화이다. 정부는 능력있고, 배우려고 하는모든 우리의 자녀들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할의무가 있다. 교육기회가 무엇이냐에 관하여 서로 다른 의견이 있을 수있지만 오늘날과 같이 교육이 대중화 되어 있는 현실에서는 대학교육까지를 포함한다고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기회의 평등화는 학사학위까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입학의 기회는 평등하지만 학위는 어느 수준을 유지하여야 한다.셋째는 교육의 세계화다. 서구 주요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대학역시 외국어 습득을 철저하게 강조하고, 외국문화와 풍습에 대한 이해를 중요시하며 일정기간 동안의 해외연수를 정규과목으로 인정해 줌으로써 세계적 지도자를 길러내기 위한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물론 세계화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우리의 문화적 전통을 지키는 일과직결된 국어교육, 국사교육, 우리 문화에 대한 교육 역시 철저하게 실시해야 할 것이다. 외국어를 어렸을 때부터 가르친다고 하여 전통을 지킬 수 없다는 논리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우리의 대학입시제도는 중병에 걸려있다. 창조적 꿈을 키워가야 할어린 학생들이 성장기에 꼭 필요한 수면시간마저 빼앗긴 채 [입시지옥]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생들은 논리적 이해력보다는 암기위주, 창조력보다는 얕은 지식, 그리고 주체적이고 자발적이기보다는수동적으로 행동하는 데 길들여져왔다.입시제도의 개혁은 첫째로 장기적으로는 고교내신성적의 비중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수험생의 입학시험 부담을 감소시켜주고, 중등교육의 정상화를 범사회적으로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둘째로는 선발 대상학생, 선발방식 및 입학정원 등은 대학이 자율 결정해야 한다. 셋째로 대학은 다양한 속성을 갖춘 학생집단으로부터 역동적 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으므로 평가도구 역시 다양해져야 한다.교육을 바르게 하지 않으면 가정이나 나라나 잘 될 수가 없다. 교육을 올바르게 이해하여 우리의 교육개혁도 올바르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연세대총장>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23,499 건 - 115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