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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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배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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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간에 늦었다 싶었습니다.급한 마음에 차에 올라 시동을 켜기 무섭게 가속페달을 밟았습니다.웅 - 몇 번 공회전을 하면서 거친 신음소리만 토할 뿐 차는 앞으로나아가지 않았습니다. 마음은 급하고 시간은 촉박하고… 예배당을 가득 채운 채 멀뚱멀뚱 시계만 보면서 강사를 기다리고 있을 교인들을생각하자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 같았습니다.그러게 이발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데...전화를 받지 말고 그냥 나왔어야 하는데... 비가 온다는 것을 염두에두지 못했을까... 하필 그 시간에 친구의 전화가 올게 뭐람... 오만가지 생각과 후회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안타까운 마음에 힘차게 가속페달을 밟아도 그 자리에서 공회전만할 뿐 차는 움쩍도 하지 않았습니다.고장난 게로군. 하필 이 중요한 시기에...투덜대며 차에서 내리려는데 아뿔싸, 사이드 브레이크가 채워져있었습니다. 여지껏 나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당겨 놓고 가속페달을밟고 있었던 것입니다. 급한 마음 때문에 보지 못한 것이지요.늦긴 했으나 차를 타고 가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보일러를튼 채 선풍기를 돌리는 사람이나 돛을 올리지 않고 출항을 시도하는선원처럼 나는 이렇듯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가.내 스스로의 규율과 율법, 습관에 묶여 허덕이며 스스로 자유를 포기하며 살고 있는건 아닌가.기도와 생활이 다르고, 제단위에서의 삶과 침대 위에서의 삶이 다르며 교회 안에서와 사회에서의 생활이 다른 이중적인 삶은 아닌지...뭐 이런 생각이 끊임없이 떠올라 그나마 떨리던 집회를 더욱 떨게만들었습니다.정학진 목사(원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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