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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과 천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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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말 일본 세력이 잠식하고 있던 1905년에 있었던 일이다. 일본 임금의 생일인 천장절에 일본공사관에서 축하잔치를 벌였다. 그 자리에 초대를 받아 간 왕족이요 대신인 이재극이 '천황폐하만세'를 삼창했다 해서 문제가 됐었다.여태껏 일왕으로 불러온 관행을 어기는 일이요, 천황이나 폐하 그리고 만세 모두가 중국 천자에게만 해당되는 존칭 존호인데다 천장절도 천자 생일 호칭인 점을 미루어 일본에 굴복하는 굴욕이요 매국 행위라는 것이다. 성난 임금이 불러 꾸중을 하자 만세 부를 때 관을 쓰지 않았었다는 옹색한 변명으로 책임 회피를 했다. 관을 써야만 인격 이나 벼슬이 보장되던 시절의 궁여지변명이다.외교통상부 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일본 임금을 천황이라 불러 쟁점이 되고있다. 천황은 하늘에 계신 천제를 일컫거나 당나라 고종황제가 자신을 천황, 황후를 천후로 호칭한 것 등으로 미루어 왕으로부터 사대받는 천자나 황제의 호칭이다. 일본이 언제부터 천황호칭을 썼는지는 모르나 한달 전쯤 출토된 7세기경 아스카시대의 목간에 천황이라는 글자가 나온다.하지만 조선시대 일본과의 외교문서들에는 분명히 '일본 국왕 전하'로 명시했다. 명치왕을 받들어 왕정복고를 한 일본이 우리 나라에 외교를 강요해왔을 때에도 이 천황 호칭이 걸림돌이 됐었다. 외교문서에 천황을 뜻하는 황과 천황의 하명인 칙이란 말을 썼다.조선은 일본 임금을 황으로 우러러본 적도 없고, 또 그런 선례도 없으며, 우리에게 칙을 써온 나라는 명-청나라 뿐이었다해서 교착상태에 빠져들었었다. 대일 국민 감정은 고사하고라도 이와같은 역사적 관행, 황과 왕은 복속 사대관계임을 미뤄 일왕으로 호칭하는게 타당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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