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의 의식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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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야당 후보자의 비자금 의혹 폭로는 국민의 지지여론을 떨어뜨리고 반사이익을 얻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한데 폭로 이후의 여론 향배는 폭로칙이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오히려 피폭로칙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폭로칙이 하강하는 것으로 계속 나타나고 있다. 던진 화살에 되돌아맞는 부메랑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이에 여당 중진들의 폭로효과에 대한회의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비자금 수수 의혹은 선거에서 악재요, 법적인 규명 이전에 도덕적으로 상처를 주는 일일 것이라는 추정은 상식에 속한다. 한데 왜 이같은 부메랑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기심이라는 말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옛날 바닷가에 한 어부가 살았는데 해오라기와 친해 어깨에 와서 앉기까지 했다.아내에게 그 말을 했더니 한 마리 잡아오라는 것이었다. 이튿날 잡을 마음을 먹고 나가니 해오라기는 한 마리도 날아오지 않았다. 이것은 어부에게 해오라기를 잡으려는 기심이 있었기 때문이다.곧 무슨 의도하고 공작하며 이득을 노리려는 다른 은밀한 의도가 있었을 때 그를 기심이라 하며 우리 조상들은 정의를위한 폭로일지라도 그 배후에 뭣인가 노리는 기심이 있으면 부정적으로 반응해 왔다.반대당의 우두머리가 어느 고을 수령으로부터 몇백석 뇌물을 받았느니, 곳간에 비단 뇌물이 가득하다느니, 양마 한 필에 당하직을 팔았느니,아무개 기생첩을 가로챘느니, 국상이 났는데 술에 취해 기방에 들었느니,어쩌면 우리 이면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고 반대당을 헐뜯고 폭로하는 역사라 해도 대과는 없다. 그 와중에 백성은 도탄에 빠지고 적국을 불러들이는 악순환을 거듭했다.이에 대한 염증의 유전질이 우리 한국사람에게 애오라지 남아 있으며,그것이 이번에 자극받았음직하다.유럽 같은 계약사회에서는 규범에 어긋난 일은 고발하고 폭로하는 것이 정의가 되고 그 용기를 찬양받지만, 우리 한국 같은 혈연사회에서는 우리 집안이나 남의 집안의 어른들을 고발하고 흠을 헐뜯는 일은 악덕이었다.인조는 관고에서 은을 훔친 아버지의 죄를 어린 아들에게 고발시킨 형조판서를 파면시키고, 지아비의 모역을 폭로한 아내를 잡아다 옥에 가두었다.그만큼 윤리지상의 정치를 했고, 그런 의식이 정신 유전질로 지금까지 살아있다고 본다.비자금 폭로와 여론 향배는 이같은 폭로 내용보다 폭로행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식구조의 나타남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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