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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향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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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줄을 찾은 위안부 출신 훈 할머니가 공연중인 연극 [환향녀를 구경하면서 시종 흐르는 눈물을 걷잡지 못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고국의 고향에 돌아온 여인이라는 뜻인 환향녀는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때 왜놈이나 되놈들에게 전리품으로 업혀 갔던 여인으로 속전을 물거나 도망쳐 고향에 돌아온 여인을 뜻한다.끌려가 성적 굴욕을 당했기로 더럽혀진 몸으로 돌아 오지 못했거나 돌아 왔다가 가문의 손상된 명예와 주변의 눈살 때문에 되돌아 갈 수밖 에 없었던 비극의 여인들이다. 훈 할머니는 바로 근대의 환향녀요 역사속의 환향녀와의 만남이 이루어진 셈이다. 그리고 시공을 초월한 원한의 공감이 왜 우리 민족은 이러해야 했느냐며 역사의 가슴을 쾅쾅 쳤을것이다.옛 어른들이 싱겁게 웃으면 {웃긴! 되놈한테 업혀갔다 왔나} 하고 곧잘 나무랐다. 우리 옛글을 읽다보면 싱겁고 허튼웃음을 [환녀함소]라 했다. 여기에서 환녀란 병자호란 정묘호란때 전리품으로 되놈들한테 업혀갔다 돌아온 환향녀다. 돌아온 이 여인들이 오랜만에 만난 부모 형제를 보고 통곡은 커녕 왜 야릇한 웃음을 띠었을까.그 만남의 희열을 표출하기에는 몸을 버린데 대한 도덕적 중압이 너무 가혹했기 때문이다. 과실을 무화시키려할때 사람은 웃는다. 길가다 자칫 넘어지면 행인에게 야릇하게 웃음을 지어 보이듯이 . 그리고 그녀를 받아 들일만큼 가문의 명예나 사회의 도덕이 너그럽지 못했다. 날이 새기전에 되돌아가야 할 야릇한 운명이 복합되어 자아낸 웃음이 바로 환녀함소다.중국의 동북지방을 여행하다 보면 고려보라는 마을을 자주 지나게 되는데 바로 고국에 못돌아간 환녀나 피로인들이 어울려 살던 마을들이다.조선시대의 사신들 기록인 연행록에 보면 고려보 환녀들의 눈물겨운 대목이 비일비재하다. 광복이 되고도 훈 할머니가 그리운 부모 형제가 살고 있는 진동 고향에 못돌아온 이유도 되놈에게 업혀간 환녀나 매한가지다.2차 세계 대전중에 일본군이 점령했던 지역들에는 아직도 훈 할머니처럼 돌아 왔어야 하는데도 돌아 오지 못하는 정신적 견인력 때문에 숨어 살고 있는 핏줄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제2,제3의 훈 할머니를 찾아 나서야 한다. 그리고 훈 할머니와 [환향녀] 의 만남을 역사는 길이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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