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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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전 인도 캘커타의 호텔에 머물렀을때 일이다.이른 새벽호텔 보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구두를 닦아놓는다. 또 다른 보이가닦은구두를 갖고 나가 닦아오길 세번을 거듭한다. 닦은 구두라고 말해도 말릴 수가 없다. 그리하여 방을 나갈 때면 그 세 친구가 구두닦은 팁을 바라고 나란히 서있게 마련이다.지배인에게 제발 구두 좀 닦지 말아 달라고 간청을 하니 그 대답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당신의 자비를 위한 좋은 기회들입니다.} 곧 자비를 베풂으로써 얻어지는 희열의 기회를 많이 주려는 것이지 보이들이 품값을 벌고자 닦은 것이 아니라는 논리였다.베트남의 보트 피플을 수용한 미국 난민수용소에서 있었던 일이다.피수용 인원들에게 평등하게 식량을 배급해 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난민 대표가 수용소장을 찾아 왔다. 그 수용소에 스님이 세분 있는데 이들에게는 식량배급을 하지말아 달라는 간곡한 청원을 하는것이었다.종교적인 갈등에서 나온 반목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배신받고 만것이다.만약 스님에게 먹을 식량이 있으면 신도들이 그 스님에게 시주를 할수 없게 되고 또 시주를 못하게 되면 그 희사로써 얻는 마음의 평안을 누릴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우리 조상들 생활철학에 일곱가지 인생사에서 마음을 비운다는 삼휴니 사휴니 하고 이를 합쳐서 칠휴니 하는 것이 있다. 그 철학에준해서 산다고 하여 칠휴거사로 호를 짓는 이도 있었다. 조선조 성종때의 청백리인 손순효가 바로 그러한 인물이다.거친 반찬으로 배부르는 것이 일휴요 해어지면 깁고 추우면 가림으로써 따스하니 이휴요 탐을 하지 않고 샘을 내지 않으니 마음이편안하여 삼휴요 하는 식인데 작은 것을 남에게 줌으로써 그것이 커져서 돌아오는 마음의 기쁨도 그 가운데의 일휴이다.상여나갈때 메기는 향두가에 저승 가서 염라대왕에게 신문받는 대목이 나온다.헐벗은 이 옷을 주어 구난공덕 하였는가, 깊은 물에다리놓아 월천공덕 하였는가, 병든 사람 약 주어 활인공덕 하였는가,좋은 곳에 집 지어 행인공덕 하였는가 이 공덕에 점수를 매겨 내세의 화복이 결정되는 것으로 알았으니 한국인의 마음에 공덕의 밭이 걸수 밖에 없었다. 그 밭이 묵정밭이 된지 오래다.그래서 수천억 수조원의 돈이 검은 안개속에 회오리치는 마당에 15년간 5천억원을 익명으로 공덕을 베풀어온 65세의 미국인(찰스피니)이 한보와 비교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집도 차도 없고 15년째 차고있는 시계도 15달러 짜리라 한다. 같은 세상을 같은 나이만큼 그렇게 정반대로 살 수도 있다는게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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