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부품시대
본문
생간을 먹어야 병이 낫는다는 용왕앞에 유인된 토끼는 이렇게 말한다.{곤륜산 정기를 타고 달빛받아 환생하여 아침이슬 저녁안개와 기화요초만을 먹고 자란지라 내 오장육부는 신약이 된다 하여 나만 보면 간달라 쓸개달라 하여 귀찮아 오장육부를 꺼내어 청산유수에 설레설레 씻어 깊은산속에 말려두고 다닙니다} 했다.필요에 따라 이 장기 저 장기를 빼냈다 빨래 널듯 널어 놨다 갈아끼우는 장기부품 시대는 이미 한국 토끼가 누렸던 세상이다.요즘 명퇴니 정리해고니 하는 샐러리맨 수난시대에 간과 쓸개를 꺼내 빨랫줄에 널어 놓고 출근한다는 말이 유행한다고 들었다. 별주부전 토끼시대 도래인 것이다.고대 이집트의 [사자문서] 에 보면 사람이 죽으면 지옥왕 오실리스는 사자의 염통 폐 간 쓸개 콩팥을 따로따로 꺼내어 정의의 저울로 단다.특정 장기에 따라 이승에서 악을 저지른 것 비겁하게 굴었던 것 약자를 구박했던 것 저울질에 속임수를 썼던 것 등이 무게로 나타나게 돼있다.그러고는 장기부품 창고에 인도되어 이승에서 손상된 장기를 신품으로 교체 재생시킨다.프랑스 혁명전 유럽의 상류 사교계에 [불사의 백작] 이라는 괴인물이 선풍을 일으키며 인기를 집중시키고 다녔다. 그 상 주르망백작은 2천년 전부터 살아왔는데 오실리스의 특혜로 장기가 손상되면 갈아끼워 수천년을 죽지 않고 젊음을 유지했다 했다.그가 사교장에 나타나면 성서에 나오는 시바의 여왕을 만난 이야기며 유다가 목매어 죽은 것도 바로곁에서 보듯 실감나게 말했기에 귀족 귀부인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음직하다.[불사의 백작] 이야말로 용왕을감쪽같이 속인 서양판 토끼였다 할 수 있다.앞으로 5년 후면 인공으로 배양된 오장육부의 조직을 이식하여 훼손되거나 노화한 장기를 새롭게 대체하는 오실리스의 기적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이미 동물실험에서 성공한 이 장기부품 시대의 개막은인류의 불사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으로 가공할 철학적 문제가 수반되는과제다.어릴적에 [걸리버 여행기]를 읽으신 분이면 불사인간의 왕국이 연상되어 오싹할 것이다.늙되 죽지 못하고 망령에 걸린 노인들이 죽음을 갈망하고 살아가야 하는 그 불사의 나라 말이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