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집 불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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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사람이 이해못할 한국인의 심성으로 자가방화를 들 수 있다.1920년대 신문에만도 자가방화 사건이 1주일에 평균 두번꼴로 보도되고 있다. 그 전통적 자가방화 가운데 하나가 도깨비불을 빙자한 불륜 방화다. 우리 선조들은 도깨비와도 성교를 하여 아이를 밸 수있는 것으로 알았다. 이렇게 해서 밴 아이를 귀태라 했다. 귀신은불덩이처럼 굴러 나타나기에 귀태가 생긴 집에는 연쇄화재가 일어난다.15세기에 김안로가 지은 [용천담적기]에 보면 성번중의 비녀가불덩이와 성교해 아이 밴 얘기가 적혀 있다. 1912년 경성일보 보도에는 경북 선산서 젊은 과부가 사는 집에 부엌이며 측간 곳간 아래채 등 그 과부가 가는 곳마다 불이 나는 사건이 있었다. 잠복 수사하고 보니, 방화범은 다름아닌 과부의 시아버지였다. 과부 며느리와 불륜관계를 맺고 도깨비 불을 빙자, 귀태로 소문내 불륜을 은폐코자 제 집에 불을 지른 것이었다.다른 한 자가방화는 홧김 방화다. 이 홧김 방화에는 절차가 정해져 있었다. 무슨 일로 화를 못가눈 가장은 허둥지둥 헛청에 가 나뭇단 한아름을 안아다 초가지붕에 걸쳐 놓는다. 그러고 머슴을 부르면 머슴은 낌새를 채고 물을 가득 퍼담은 물동이 하나를 들고 곁에 대령한다. 대령시켜 놓고 성냥을 그어 나뭇단에 불을 지르고 불꽃이일면 턱 시늉으로 물을 뿌리라고 시킨다.지난 1920년대의 신문을 보면 지주의 앞잡이인 마름에게 뺨을 맞았다든가, 딸이 되놈 소금장수에게 손목을 잡혔다든가, 아내의 밤나들이를 탓하고 제 집에 불을 지르고 있다. 마름이나 되놈 소금장수나 아내를 잡아다 주리를 틀 일이지 왜 제 집에 불을 질러 자학처리를 한다는 말인가.뜻에 맞지 않고 화가 난다 하여 뛰쳐 나갈 수 없는 정착사회--자신을 죽이고 그 정착성에 순응하도록 강요된 도덕과 규범속에서스스로를 죽이며 살아가는 지혜의 표출이 자가방화라 할 수 있다.작년도 홧김 방화의 피해인명이 전체 화재 피해인명의 28%이더니, 지난 10월말까지 17%인 70명에 이르고 있다 한다. 민족 심성은 쉽게변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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