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가 술집에서 심부름하는 소녀 그레트펜에게 첫 사랑을 느낀 것은14세 때의 일이다.그리고 74세에 19세의 소녀에게 청혼을 하기까지 12∼13명의 연인들을 사랑했었다.그의 표현대로라면 염산처럼 영혼마저 용해시키는 연산에 스스로의 심신을 그토록 자주 적셨던 괴테였다.그 아름다운 추억이 그가 만년에 쓴 [시와 진실]에 아름답게 재현되고 있다.이를 두고 카라일은 말했다. [추억은 진실보다 몇곱절 아름다운 것이다. 사랑을 이루어 망각하기보다 일부러라도 이루지 말고 접어서미련의 갈피속에 만년의 고독을 위해 저축해 두어야 한다.주위로부터 소외당하고 의지할 곳조차 없는 만년에 이르러 달이 밝거나 눈내리는 밤에 되뇔 만한 추억이 없다는 것을 상상해 보라] 고--. 늙어서 다리가 휘청대는 것은 기력이 쇠약해져서가 아니라 추억의 과중 때문이라고 말한 사람은 작가 펄 벅 여사이고--.[배비장전] 에 애랑이 떠나는 비장의 이빨을 빼 갖는 대목이 희극적으로 묘사돼있듯이 이별하는 연인의 이빨을 빼 간직하는 추억보존 관습이 우리 나라에 있었다. 육당 최남선의 글에 경대 서랍에 쌓아둔 이빨들을 차례로 꺼내 보며 옛날 추억을 짜깁기처럼 이어가며 고독한 여생을사는 노기 이야기가 있다.그녀는 곁을 떠나가는 정든 이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그 주인공이 정표로 빼주고 간 이빨에 매둔 것이 서랍안에 가득하다 했다. 한 한양 선비가 평양 기생에게 이빨을 빼주고 떠났는데 대동강을 건너기 바쁘게 딴서방을 끼고 돈다는 소문을 듣고 되돌아가 빼준 이빨을 돌려 달라고 했다.기생은 알아서 찾아 가라며 이빨이 가득한 섬들이 자루를 마당에 내던지더라는 야담도 있다.이처럼 추억을 유용하게 보고 간직하는 문화는 동서가 다를 것이 없었다.만약 이 추억을 간직하지 않았던들 동서 문학의 반 이상은 문학성을상실하고 말았을 것이다. 연인들의 날인 올해의 밸런타인 데이에 외국에서는 그 추억을 청산하는 벼룩시장이 성황을 이루었다는 보도가 있었다.옛날 사랑했던 이가 선물한 반지며 옷가지 신발 액세서리 등 과거가있는 물건들을 내다 팖으로써 추억을 청산하는 이기주의의 표출인 것이다.그러고서 남자는 키스를 대가로 요구하는 초컬릿빛 립스틱, 여자는초컬릿빛 콘돔 선물이 성행했다니 이제 사랑이나 추억 나부랭이는 시나노래 속에서 죽어가는 백조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