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꼬이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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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차 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한 원천적 요인은 국력에서 졌고 무력에서 졌기 때문이다.국력과 무력에서 졌는데도 오래 버티어낸 것은 일본에 제3세력이 있었기 때문이요 그것이 병법에 뛰어난 손자나 오자도 언급하지 않았던 심력이다. 특공대라는 인신폭탄이 바로 그 심력의 나타남이다.포로로서 수모를 당하지 않겠다 하여 괌도 밀림에서 숨어있다가 전쟁이 끝난지 28년만에 땅굴에서 고개를 내민 일본 패잔병 요코이도 그 심력의 돌출물이다.이 심력을 정신분석 대상으로 삼고자 하여 [요코이이즘]으로 이름 지은 것이 정신의학자 빅토르 프랭클이다. 그 요코이가 82세로 죽었다.땅굴에서 생환된지 25년만이다.요코이가 숨어살던 땅굴은 소철나무가 드문드문 있는 대밭속이다. 2㎞ 전방에 공공저장기지가 있어 주야로전등불을 밝히고 있는 들판 기슭이다. 한 사람이 몸을 웅크리고 들어갈수 있는 수직굴이 1m 남짓하고 그 아래 반평 남짓한 토방이 마련돼 있었다.소철나무 열매를 가루낸 것과 개울에서 잡은 피라미로 근근이 연명하면서도 그의 딸을 위해 일본 인형을 만들어 벽에 걸어놓는 여유도 없지않았다. 인형에 입힌 옷은 그가 풀에서 낱낱이 뽑은 섬유를 얽어 만든것이다.그가 만나는 사람은 자기 나라 사람이건 아니건 천황을 위해 죽지 못한 것이 부끄럽다는 말을 꼭 선행했다.그리고 천황이 주었으니 반환해야 한다고 28년간 간직한 소총을 반환하면서도 부끄러워 얼굴을 못들겠다고 말했다. 그 무렵 일본에서는 [부끄럽지만…] 하는 말이 유행하기까지 했었다.망령처럼 일본 상공을 표류하는 요코이이즘에 대한 향수라할 수 있다.생포직후 건강진단을 위해 x선앞에 세워놓자 사형대인줄 알고 빨리 집행하지 않고 뭘 하느냐고 일갈하고는 나는 죽지만 내속에 있는 야마토 다마시는 죽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었다.당시 일본에서는 그의 일본 귀환을 반대하는 여론도 있었다. 천황 맹신의 구시대인이라서가 아니다.썩어문드러진 전후의 정신력에 28년을고이 간직한 순수무결한 요코이정신이 오염되는 것을 볼 수 없다는게 그명분이었다. 일본인의 잠재층에 휴화산처럼 살아있는 요코이이즘의 공감대가 섬뜩하기만 하다.문제는 요코이이즘이 시대착오요 이웃 나라 사정이며 장본인이 죽었다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로 우리와 갈등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배후에서 번쩍거리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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