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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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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종때 정승으로 신용개라는 분이 있다. 언젠가 퇴청하면서 {오늘 저녁에 여덟 분의 손님이 올테니 간소하게 술상을 차리시오}했다. 술상을 들여 놓은지 오래요 동창에 달이 밝은데 온다던 손님은 기색이 없었다.손님은 없는데 말소리가 들려 엿보았더니 여덟 분의 국화가 달을 받아 유별나게 고와 보였다.신정승은 그 화분 사이에 술상을 놓고 화분에 술을 뿌리고서 {이 사람아 마셨으면 잔을 돌려야지} 하며 국화 꽃잎 따서 술잔에 띄우고 자신이마시는 것이었다. 이렇게 여덟 분의 국화와 돌아가며 취하도록 마시는 것이었다. 대단한 풍류가 아닐 수 없다.대작할 사람이 없으면 국화꽃 하고라도 대작한다는 것은 한국 사람 술잔 주고받지 않고는 술을 못마신다는 대작문화의 농도를 말해 주는 것이된다. 기묘사화로 낙향한 박공달과 박수량은 냇물을 사이에 두고 살았는데 비로 물이 넘쳐 오가지 못하면 술병을 들고 대안에서 맞바라보고 앉아 시늉으로 권하고 마시길 취하도록 했다.우리 나라에 뿌리깊은 이 대작문화는 이같은 풍류며 우애를 확인하고 동심일체를 다지는 장점도 있으나 마시기 싫거나 마시지 못해도 마셔야하기에 과음이 필지요 과음은 자기억제를 못하게 되고 주정 실수 실언 숙취가 뒤따른다. 그에서 오는 금전적 손실은 고사하더라도 인간관계나 기물훼손 시간적 육체적 손실등 사회적 손실의 총화는 막대하다.서양 사람의 음주는 78%가 자신이 술잔에 마시고싶은 만큼 따라 마시는 자작문화인지라 대작에서 오는 사회적 손실은 미미하다. 우리 사회는 가족 중심적 조상숭배의 정착사회인지라 잔치가 많다. 잦은 제사와 명절 그리고 태어나서 이레 돌 생일 약혼 결혼 회갑 진갑 고희 죽을 때까지 잔치 연속이다.잔치마다 분에 넘는 과소비로 상을 차린다. 상이 푸짐한만큼 술소비도비례하고 술 소비에 비례해서 사회적 손실도 비례해 커진다. 자기억제를 미덕으로 하는 유교덕목의 영향으로 한국 사람은 타문화권에 비해서 본심을 억제하고 산다. 술을 마시면 꽁꽁 눌러두었던 불만 불평 앙심 원망 시기 질투 등 은폐층을 기폭시켜 폭음하고 난장판을 이룬다.이같은 한국인의 음주에 따른 사회적 손실이 서울시 한해 예산과 맞먹는 9조8천억원이요 거기에 소비하는 술값 4조6백억원을 보태면 세계적 기록인 14조를 날리고 있다 하니 음주망국이다. 이 망국과 대작문화와의 함수를 심각하게 따져볼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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