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폭파
본문
외국에는 없거나 외국 사람이 이해하기 힘든 한국적인 범죄로 자가방화를 들 수 있다.1920년대 조선일보 사회면을 보면 자기가 사는집에 불을 지르는 자가방화 기사의 빈도가 두드러지게 높다. 그 이유는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과부나 처녀 계집종이 아이를 배는등 집안에 불륜 부정한 일들이 있을 때 자가방화를 했다.옛날에는 귀신과 교접해서도 아이를 밸 수 있다고 믿었으며 이렇게 해서 가진 아이를 귀태라고 했다. 귀신이 음심을품고 접근할 경우에는 귀화라 하여 불덩이로 굴러든다고 알았다. 그 귀화 탓으로 돌리고자 자기 집에 불을 질렀다. 이렇게 자가방화는 불륜 은폐 수단이었다.이 불륜방화는 극소수요, 대부분이 홧김에 화냥질한다듯이 화를못이겨 자기집에 불을 질렀다.곧 스트레스의 자학처리 수단이었다.당시 신문 기사들을 보면 이렇다. 지주의 앞잡이인 마름에게 뺨을 맞고돌아온 한 소작인이 그 화를 참지 못하고 자기집에 불을 질렀고 딸이되놈 소금장수에게 손목을 잡혔다는 그 치욕을 참지 못하여 자기집에 불을 질렀다.의처증이 심하고 다리를 저는 불구의 가장이 그의 아내의 밤나들이가 잦은 것을 탓하여 불을 질렀다. 이때 불을 지른 당사자는 피해자다.피해자면 가해자인 마름에게 달려가 다리를 부러뜨려 놓거나,되놈의 소금 가마니를 쏟아버리며, 나들이가 심한 아내를 잡아다 기둥에 묶어놓는 것이 순리다.한데 그러하지 못하고 자기한테 손실을 가져오는줄 알면서도 자기집에 불을 질러 화를 푼다.흐린 날씨를 [아침 굶은 시어미 낯짝 같다]하는데 며느리에게 불만이 있으면 불러다 타이르거나 종아리를 칠일이지 아침밥을 굶고 하루종일 찡그린 얼굴을 짓는 것도 한국적인 자학처리다.정착성이 별나게 강한 우리 조상들은 좁은 땅에 붙박이로 살면서가혹한 삼강오륜에, 조상- 양반- 지주에게, 수탈만 일삼았던 관권, 숨조차 쉴 수 없었던 부권에 억눌려 살다 보니 너무 중첩된 억압에서 헤어날 수 없어 나를 학대하고 나에게 손실이 되는 자학처리 심성이 의식속에 자리를 잡은 것일게다.소방본부의 집계에는 작년도 서울에서 일어난 가정불화-비관-싸움등으로 유발된 자학성 방화가 10년 전보다 6배나 늘었다고 한다.놀라운 것은 자학수단도 더 가혹해진다는 점이다. 며칠전 부천에서 부부싸움끝에 가스통을 폭발시켜 다가구주택이 폭삭하고 세사람이 죽었다.가공할 자학심성의 증폭이다.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