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아름답게 하는 다양한 장례 풍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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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만한 분이면 명화 <망향(望鄕)>을 기억할 것이다. 55년 전에 만들어진 묵은 영화이긴 하지만, 지금도 가장 인상적인 라스트신으로 손꼽히는 명우 장가방의 대표작이다. 바로 그 장가방이 죽었을 때 유언에 따라 화장한 유회를 바다에 뿌렸었다. 미국 굴지의 일본학자요 주일대사를 역임했던 하버드대학의 라이샤워도 바다에 유회를 뿌리는 살장을 했다. 희귀한 장례방식이기에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화제가 되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이웃 일본에서는 이 해상장례 전문 업체가 등장, 새 장례 풍습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이 세상의 장례는 대체로 일곱 가지 방법으로 치러지고 있다. 유체를 풍화시키는 풍장, 새나 짐승의 밥이 되게 하는 조수장, 땅에 매장하는 토장, 나무위에 놓아두는 수상장, 화장, 바다나 강물이나 산야에 뿌리는 살장, 영구보존하는 미이라장. 문명국들에서는 토장이 압도적이긴 하나 신앙적인 규제에 구속받지 않는 한 화장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다. 첨단적인 매장방식으로 살장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극히 근년이다. 영국에는 로즈 가든(장미원)이라는 묘역이 있는데, 이 묘역에 들어오면 온통 장미꽃 밭이며 그 중간 군데군데에 고인의 이름을 새긴 작은 철판이 깔려있을 뿐이다. 바로 화장한 유회를 이 가든에 뿌려 장미를 키운 것이다. 죽어서 장미로 환생한 것이 되니, 낭만적인 살장이 아닐 수 없다. 영국의 로즈가든 같은 살장묘지를 스웨덴에서는 ‘추억의 숲’으로 부른다. 장미 대신 나무숲으로 가꾸어놓았기 때문이다. 후손들은 이 꽃밭이나 나무숲을 산책하는 것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또 성묘를 하는 것이 되니 그 또한 낭만적이 아닐 수 없다. 인도의 힌두교에서 갠지스 강은 영생으로 통하는 성스러운 강이다. 그래서 그 강가에서 생과 사의 완충공간이라 할 수 있는 ‘죽음의 집’들을 볼 수 있다. 죽음에 임박하면 이 죽음의 집에 찾아들어 영생과 접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갠지스 강에는 군데군데 화장대가 마련되어 있어 종일토록 연기를 뿜고 있으며, 타고 나면 그 유회가 저절로 강물 속으로 흘러들어 영생과 접속한다. 강물위에 뿌리는 살장은 이미 인도에서 있어온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유언에 따라 강물에 뿌리거나 산야에 뿌리는 살장이 없지 않았으나 극히 예외에 속한 장례방식이었다. 한낱 재가 된 영혼을 광막한 바다에 소멸시키는 해상장례는 어딘가 철학적인 뒷맛이 나는 인생종결 방식이다. 좁은 땅에 태어나 이해에 눈이 시퍼런 인간 등쌀에 찢기고 다쳐 만신창이가 된 그런 삶들에게는 한편의 시(詩)이기도 한 해상장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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