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쌍동이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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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미샤 엘만이 런던의 한 연주회에서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했을때 일이다.이 아리아의 절정을 긋고 있을때 바이올린의 G선이 뚝 끊어진 것이다.한데 엘만은 끊어진 것을 지각하지 못하고 한동안 활을 신나게 내리그었던 것이다.그의 전기작가에 의하면 그 G선이 단절되던 그 순간이 자신의 연주사상 가장 염력을 집중한 순간이었으며, 그때 G선이 끊어졌다는 것을 우연의 일치로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다.단금이라 하여 염력이나 정성이나 정리나 사랑이나 원한같은 정신력이 농축되면 쇠도 끊는다는 말이 있다. 돈독한 우정을 단금지교라고 함도 그것이다.염력이 사무치면 G선도 끊듯 모정이 사무치면 창자도 끊는다.어숙권이 지은 [패관잡기]에 이런 실화가 나온다.세종연간에 어숙권이 옥곡에 있었을때 일이다. 집주인 홍준이라는 이가 꾀꼬리 모자를 얻어 와 조롱을 따로 따로 만들어 길렀다. 어미가 그리워 못견디는 것을 보고 어느날 새끼를 어미 조롱속에 넣어주었다. 한데 상봉순간 어미가 이상한 소리를 지르고 죽어버리는 것이었다.아이들이 못먹을 것이라도 먹었나 싶어 배를 갈라 보았더니 창자가 열여덟 토막이나 나있었다고 한다. 자식 그리움의 모정이 창자를 촌단해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니 집중된 정신력의 괴력이 허황된 이야기만은 아닌 것같다.중국 문헌인 [세설신어]에도 모정의 단장 사례가 나온다.진나라 환온이 지금 댐을 막는다고 알려진 삼협을 배타고 지나가는데 원숭이새끼한마리를 잡아 바쳤다. 이를 보고 어미 원숭이가 울부짖으며 강변길 1백여리를 따라 내리더니 배가 강변에 가까워지자 배에 몸을 던져 죽어버리는 것이었다.그 어미 원숭이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갈기 갈기 촌단 돼 있었다 한다.이 세상의 염력 집중도와 농밀도 가운데 모정 이상가는 것은 없을 것이다.대학입학 수능시험을 마친 쌍둥이 형제가 답안을 맞춰보고 있는 광경을 만족스레 바라보고 있던 그의 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그 얼마나 자식을 위하는 모정과 소원과 염력과 노고가 농축된 긴장의금줄이 팽팽했기로 그 긴장이 끝나는 순간 G선처럼 뚝 끊어져야만 했던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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