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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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야방성대곡] 으로 유명한 한말 때의 논객 장지연이 지은 [일사유사]에 오늘의 허점을 꿰뚫어 본듯한 어머니의 좌표가 제시되어 있다. 효종때 판서인 김좌명의 몸종 중에 최수라는 아이가 있었다. 과부 자식이지만 어미가 뜻을 세워 기르고 글을 가르쳤기로 상전이 호조판서가 되면서 호조 서리로서 특채됐다. 팔자를 고친데다 명문 재상의 비호를 받는 것을 기화로 한 부잣집에서 최수를 사위로 삼았다. 처가에 살면서 상류층에서만 먹는 뱅어국도 맛이 없어 못먹겠다는 말이 어머니 귀에 들렸다.이 이야기를 들은 최수의 어머니는 김좌명 대감을 찾아갔다. "비천한 몸으로 과부가 되어 자식 하나를 연명시키고자 품을 팔아도 끼니를 못잇다가 대감께서 잘 보시어 월급을 받게 되고 그로써 모자가 밥을 먹게된 것을 만행으로 생각했었습니다.", "한데 지금은 뱅어국도 맛이 없어 못먹겠다 하니 그 사이에 사치스런 마음이 그 지경일 때 나라의 곳간을 지키는 몸으로 범죄를 안저지를 수 있겠나이까. 어찌 자식이 형받고 옥살이하는 것을 차마 볼 수 있겠습니까. 대감께서 버리시지 않겠으면 굶어 죽을 정도가 아닌 자리로 내려 앉게 하옵소서"했다. 어머니의 남다른 자식 사랑에 감동해 최수는 좌천하고 만다.역시 같은 문헌에 서울 성밖에 사는 가난한 과부인 김학성의 어머니 얘기도 나온다. 삯품팔이로 아비없는 두 자식을 키우던 어머니는 어느날 처맛물 소리가 닿는 곳에 쇠소리 나는 것을 들었다. 수상하게 여겨 파보았더니 금 은 보화가 가득찬 가마솥 하나가 나왔다. 예전 난리통에 이 집의 주인이 땅에 묻고 피난을 갔다가 이 사실을 후손에게 알리지 못하고 죽어간 것이었을 것이다.김학성의 어머니는 고민 끝에 솥을 다시 묻고 이사를 해버렸다. 그후 두 아이들은 과거에 급제 하여 잘살게 되었고 어머니는 노쇠하여 몸져 눕게 되었다.남편 제삿날을 당해 어머니는 두 아이를 앞에 두고 그 이야기를 비로소 했다. "재는 재인지라 너희가 먹고 입고 사는데 궁색한 것을 모르면 공부에 소홀할 것이요, 마땅히 궁핍함이 있어야 얻으려 하고 얻으려 함이 있어야 근면한 법인지라 거금을 땅에 묻고 이사해 버린 것"이라 했다.맹자 어머니, 이율곡의 어머니, 한석봉의 어머니도 훌륭하다. 하지만 훌륭함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름없는 이 두 서민의 어머니야말로 오늘의 물질 과보호에서 어머니들의 정확한 좌표를 잡아준 것 이라서 어버이날에 적고 넘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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