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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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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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방학을 끝내고 공부하러 떠날 때면 어머니는 동구 밖까지따라 오시며 은밀히 손에 쥐어 주시던 작은 물건이 있었다. 차타고 가다가 멀미가 나면 씹으라는 생강 조각이었다. 생강을 조각 내어 설탕에 재어말린 생강과자를 쥐어 주시기도 했다.미국 주부들의 생활 잡지인 근간 [매콜]지에 생강이 매스꺼움을 야기하는 뇌활동을 억제한다는 관계학자의 연구 사실을 들어 각종 멀미에는생강 조각이거나 생강과자가 좋다고 권하고 있다. 마치 어머니들이 차를타러 가는 아들에게 생강 조각이나 생강 과자를 쥐어 주시던 우리 전통을보고서 하는 말같기만 하다.우리 옛 가르침에 [짐승이 되려거든 소가 되고 푸새가 되려거든 생강이되라]는 게 있다.조식이 출세길 떠나는 제자에게 [마음의 소] 한마리씩을 주었고 이이는 [마음의 생강]을 주었다. 조식은 걸음은 느리지만 꾸준히 가는 처세의 소를 주었고 이이는 매운 개성을 지녔으면서도 초-장-조-염-밀-채 그 모든 것을 조화하며 독을 물리치는 처세의 생강을 준 것이다.곧 생강같은 사람이란 화이부동--남들에 부화뇌동하지 않는 뚜렷한 개성과 심지를 갖되 매사에 화합을 모색하면서 해독 곧 불의나 악에 앞장서대처하는 그런 사람이다. 음식철학에 투철했던 소동파는 그와같은 인격을함양하고 심신의 사악을 물리치고자 항상 생강을 곁에 두고 찬에 넣어먹고차나 약으로 달여먹었다.생강의 어원에 대해 왕안석은 백사를 강어한다 해서 강이라 했다.우리 조상들이 밤길이나 으슥한 산길을 갈때 생강을 씹고 걸었다. 그 냄새에 귀신이나 호랑이 늑대가 접근하지 못한다고 여겼던 것도그 때문이었다.생강 산지에서는 금줄에 생강 잎을 꽂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생강을 두고 로마의 프리니우스는 이렇게 말했다.[식욕을 돋우고 싶으면 일부러 배를 비워두면 될 것을 그로써 만족못하고 그 비싼 자극제를멀리 인도까지 가서 사다 먹는다]고 빈축한 것으로 미루어 생강은 로마상류사회의 식욕자극제였음을 알 수 있다.미용의 비법을 적은 [위부인비전]에는 산후나 비만으로 아랫배가 처지면 생강찜으로 압박대를 하면 올라붙는다고 했다.생강은 멀미에만 좋은것이 아니라 잘 먹게 하고 그래서 배가 나오면 들여넣어 주기도 하며 화이부동의 인격을 가꾸어주는 심신 식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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