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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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교장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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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미스 더브]라는 영화가 생각난다.미국의 한 소도시에 있었던 실화를 영화화한 것으로 평생을 늙도록 그 소도시에서 교편을잡아온 노처녀 미스 더브 이야기이다. 따라서 그 고을 시장도 서장도교통경찰도 야채장수도 그리고 감옥에 갇힌 죄수도 그의 제자 아닌시민이 없다.길을 가다 어떤 집의 유리창이 더러워져 있으면 불러내어 유리를닦게 하고 정원에 꽃모가 시들고 있으면 초인종 눌러 물을 주게 한다.dl처럼 모든 시민의 시어머니이기도 하다. 누군가 유치장에 갇히면찾아가 훈방을 시켰으며 미스 더브가 앓아 누우면 병문안으로 온도시가 철시를 한다.교인들은 교회 마당에서 쾌유기도를 한다.건널목을 건널 때면교통경찰은 모든 차를 정지시켜 이 미스 더브의 통행을 돕기위해 길을 터놓는다. 그러면 멈추어선 차들은 경적으로 이 선생님에게 경의를 표하곤 했다. 이처럼 그녀는 그 도시에서 법 위에 있는 카리스마적인 존재였다.우리 옛날의 향촌에도 미스 더브같은 향노인이 있었다.평생을 그마을에서 서당 훈장으로 다음세대를 가르친 늙은 선생에 대한 경칭이다. 각종 제사나 혼사에 축문을 써주고 이사할 날이나 장 담그는 날을 택일해주는 등 촌락의 문화적 기능을 대행했던 것이다.조상의 산소에 벌초를 게을리 한다든가 동네 어른이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데 거들지 않았다든가 하면 불러다 길에 세워두는 등 응징하는 도덕적 측면도 다스렸다. 싸움이 붙으면 관에 가기 전에 향노인의 중재로 거의 해결하는 것이 관례요 미덕이었다. 그러했기로 길가다 향노인을 만나면 짐을 내리고 말을 내려 먼 발치에서 머리 숙여지나가는 것을 기다려야 했다.선생님의 이상적 좌표 곧 사표란 바로 이런 것으로 동서양이 다르지 않고 고금이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화 이동사회로의 급격한 추이는 이상적 사표의 형성 토양을 콘크리트칠 해버렸고이상은 콘크리트 바닥에 꽂힌 생명없는 종이꽃으로 퇴색하고 말았다.이런 와중에 동해 멀리 울릉도의 이종렬 교장선생님 이야기는 심금을울린다.40년간 그 섬마을에서 가르쳤으니 그의 제자가 아닌 섬사람은 없을 것이요 그 터전에서 향노인이나 미스 더브같은 존재로 존경받고또 도덕적 구실을 다하고 있다 한다. 집안에 무서운 어른 한분 만들어 두어야 하듯이 마을이나 고을에도 이같은 존경받는 분을 한분씩 모셨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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