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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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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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초만 해도 중국에는 감기를 팔라고 외치고 다니는 별난 장사가 있었다. [중증의 감기를 사들입니다(수매중대상풍)]라고 쓴 종 이 깃발을 나부끼며 거위 한마리를 거닐고 다니는 감기장수들은 모두가 장천사 문하의 도사임을 자처한다.장천사는 삼국시대에 유비나 손권과 대등한 세력을 누렸던 장로를 교조로 한 도교종파 교주로 거위를 데리고 다니며 주술을 부려 병을 잘 낫게 하는 것으로 소문났다. 환자가 곡식을 퍼담아들고 감기를 팔러오면 부적을 콧등에 붙여주고 거위를 행해 기침을 하도록 한다. 그러면 훈련된 거위는 따라서 기침을 함으로써 감기가 옮겨갔음을 확인 한다. 이렇게 해서 감기매매행위가 완료된다.이처럼 예전의 거위는 감기를 대신 앓아 인간의 고통을 덜어 주었다. 거위로 하여금 집을 지키게한 것은 제 집 식구와 남의 식구를 구분해 알아 보고 남녀노소 주종을 알아보며 사특한 마음까지 알아봐 대들고 않고 하는 조류 중 가장 지능있는 조류였기 때문이다.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듯이 절간의 거위 3년이면 독경을 한다.세종 때의 명신인 윤회가 진주구슬을 거위가 삼킨 것을 알고도 그 거위를 죽이지 않기 위해 구슬도둑이라는 누명을 쓰고 곤욕을 감내했을 만큼 한국인은 거위에 인간적이었다.한데 세상이 모두 그렇게 인간적이지는 못하다. 일전에 보도된 바로는 동물애호협회에서 고발당한 프랑스의 거위요리 포아글라와 비교 해보자. 살아있는 거위에 입을 벌려 호스를 간에 꽂고서 압축 공기로 수수가루를 주입한다. 부풀어 오른 이 간으로 요리한 것이 포아글라다. 잔인무도의 요리가 아닐 수 없다.거위의 인내에 한계가 있었던지 감기를 수매하여 고통을 덜어주던 그 거위가 이제 감기를 인간에게 전매하여 보복을 시작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지금 독감이 잘 발생하는 홍콩에 거위나 닭이 전염시키는 조류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 치사율이 50%가 넘는 살인독감이다.그래서 거위 요리를 먹지도 또 가까이 가지도 못하게 한다 하니 대단한 거위의 분노가 아닐 수 없다. 인간의 오만은 학대받은 동물로부터 차례로 복수를 당한다는 줄리언 헉슬리의 예언이 현실화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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