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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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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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임금이 허유를 불러 천하를 맡기겠다고 하자, 허유는 {못들을 말을 들었다}며 영천에 가서 그 말을 들은 귀를 씻었다. 때마침 소를 몰고지나던 은자 소부는 {물이 더럽혀졌다}며 소에 그 냇물을 먹이지 않고돌아갔다. 마음을 훑는 말을 들었을때 우리 조상들은 그로써 오염된 귀를 씻는 귀씻이-- 곧 세이 문화가 꽤 발달해 있었다.사도세자를 무척 증오했던 영조는 세자의 말소리를 들으면 세숫물로 귀씻이를 하고 세자가 거처하는 동궁 뜰에 그 귀씻이 물을 뿌렸다. 옛날선비들은 음담패설을 듣거나 길을 가다가 방아를 찧는 소리를 들어도 귀씻이를 했다. 방아찧는 행위가 바로 성교를 연상케 한다 해서 그러했다.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정신세척 문화는 귀씻이만이 아니다.선비들이 길 가다 개가 흘레하는 것을 보거나 개를 잡는걸 보면 발걸음을 재촉해 집에 돌아와 부정을 목격했다 하여 눈씻이를 한다. 어쩌다 격분해서욕설을 퍼붓거나 상소리를 입에 하면 입씻이를 했다.그러하듯이 노름판에 드나든다든가 기생집에 드나들어 패가망신을 한다든가 깡패나 도둑패거리로부터 빠져나온다 할때 발을 씻는다고 한다.곧이제까지 걸어온 못된 길로부터 새삶의 길을 걷는다는 신생전환 의식으로서 발을 씻었던 것이다. 대단한 정신세척 문화가 아닐 수 없다.불교 성지마다 부처님 발을 새겨놓은 불족석이 있어 순례자들이 그발자국에 자신의 발을 맞춰보는 순례관습이 있다. 역양산상에 있는 중국신선 팽조의 발자국, 마호메트가 승천할때 남긴 예루살렘의 발자국, 그리스도가 서있던 올리브산상의 발자국은 그에 발맞추고 입맞추려는 순례자가 끊이지 않는다.이 성적에 접하려면 발을 깨끗이 씻어야 하는데 이는 마음의 때를 씻는 행위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도 인도 비하르 지방에는 구도하는 선인이 나무에 걸터앉아 있으면 주민들이 우유로 봉양하고 늘어뜨린 발을 씻어주는 것으로 그 선인의 초자연적 힘을 입는 것으로 안다.학교 폭력이 심화하고 있는 이때 전라도 정읍에서는 청소년 선도의 일환으로 유지들이 학생들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을 가져 이목을 집중했다. 발을 씻김으로써 스스로 경계심이 강해지는 것을 기대한 것이다. 어깨띠를 두르고 소리만 지르고 다니는 고식적 선도행사에 비해 신선하게 와닿는 세족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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