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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에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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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던 바로 그 고대 로마의 길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그 양편에 소나무 가로수가 퍽 인상적이다. 대나무처럼곧고 늘씬하며 나뭇가지는 마치 전지라도 해놓은듯 좌우가 대칭으로 가지런하다.다빈치의 명화 [수태고지]의 배경에 아홉 그루의 나무가 서있다.그 나무들이 마치 로마의 소나무들 처럼 가공이라도 한듯 좌우가 대칭되어 있다. 물론 가공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자라 그런 모습이 된 것이다.유럽의 기후풍토는 유순하고 얌전하다. 그래서 식생들은 그에 시달리지 않고 천성대로 곧게 자라고 가지도 대칭으로 바르게 뻗어나간다.그래서 세상 만사는 이치대로 꾸려져 나간다는 합리주의가 유럽 사람들의 사고방식속에 틀을 잡은 것이다.한데 한국의 소나무는 밑동부터 틀어져 있어야 소나무다. 가지도대칭되어 뻗는 것을 거부한다. 한국의 자연은 로마의 소나무처럼 곧게가지런히 자라게 놓아두지 않는다. 바람에 시달리고 쌓이는 눈에 짓눌린다. 비에 씻겨 뿌리가 노출되고 태풍에 찢긴 가지에 소나무의 피-송진이 흐른다.보릿고개에는 껍데기를 벗기어 알몸이 되고 솔잎은 송충이에 뜯겨갈색이 되어 시든다. 흙이라고는 씻겨가고 없는 암석틈에 아무런 자양도 없이 그 고통을 이겨내며 죽지 않고 살아가는 소나무는 한국인이다.유럽처럼 합리주의에 의존할 수 없이 비합리에 시달려 단련된 극소화된 자신-바로 소나무처럼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소나무는한국인이다. 소나무는 옮겨 심을 수 없고 옮겨 심을 때는 당분간 막걸리를 먹여야 한다고 들었다. 이동을 거부하는 정착민족이요 막걸리좋아하는 것까지도 닮은 소나무는 한국인이다.지구 온난화로 시들어 가는 한국의 소나무가 이번에는 감염되면1백% 말라 죽는다는 소나무 에이즈가 남쪽에서 북상중이라고 산림청이 밝혔다. [어인 벌레인데 낙낙장송 다 먹는고 /부리 긴 딱따구리 어느곳에 가있는고 /공산에 낙목성들릴제 내맘 둘데 없어라.].겉잡을 수 없이 악성화한 외래 선망의 사대주의를 상징하는 소나무 에이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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