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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안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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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에 만져보기만 하고 그 짐승의 성질을 알아맞히는 맹인 이야기가 나온다. 늑대 새끼를 안겨주자 얼굴과 목덜미를 만져보고 말했다.[이놈을 양떼 틈에 놓아두면 큰 일 납니다] 했다. 이처럼 더듬어보기만 하고 성질을 안다는 것은 초능력같지만 서양 사회에서는 희랍시대 이래 얼굴의 표정이나 근육을 만져보고 성격을 감지하는 인상학의 전통이 있었다.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세네카 푸르타고스 히포크라테스 프리니우스피타고라스 등과 같은 명인들도 인상학에 일가견을 가진 분들이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헬렌 켈러는 얼굴의 안면근을 만져보고 그 사람의 성격성품뿐 아니라 근심 걱정까지 알아맞혔다 한다.이처럼 인상학이 발달한데는 서양 사람의 안면근육이 만져보고도 식별될 만큼 발달했고 이 발달은 일상으로 쓰는 언어의 발음과 문화적으로 억제받지 않는 감정 표출과 무관치 않다. 이를테면 Cat를 한국 사람처럼 [캐트]로 발음하지 않고 입가장자리를 뒤로 잡아 끄는 근육운동을 수반해 [키에아트] 로 발음한다. 모음 발음이 안면의 근육운동을 불가피하게 할 만큼 대체로 된발음이다.웃으며 친구와 헤어진 다음 한참 걸을 때까지 그 웃음이 남아있어 저편에서 오는 사람이 보고 야릇한 표정을 짓고 가는 경우를 곧잘 당한다.서양인은 표정 전환이 빠른데 한국인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감정이표정근에 전달되는 속도가 늦기 때문이다. 가급적 감정을 억제하라는 유교덕목이 전달 속도를 느리게 했고 겉과 속이 다른 코리언 스마일도 그때문이다.속은 울지만 겉은 웃어야 하는 비소, 속은 분노하면서 겉은 웃어야 하는 비소, 멸시나 무안을 웃음으로 무화 하려드는 실소, 허망한 꼴을 당하면 땅 한번 치고 가슴 한번 칠 일을 허허… 웃고마는 허소, 마음이 이끌리면 달려가서 안길 일이지 옷고름을 입에 물고 빵긋하는 수소등 감정이 근육을 움직이기 전에 변질돼버리기에 소근이 퇴화할 수 밖에 없다.그리하여 우리 동요에 있듯이 [우리 할매 우나 웃으나 매한가지] 의 안면구조를 이뤄놓고 말았다. 세상에 웃음을 팔고 다니는 자칭 소안공화사절들이 서울에 와 웃음을 전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웃음으로 불치병의 면역력을 키우고 생명력을 고양시키고자 만들었다는 이 동아리는 사회 규범으로부터 억제된 웃음의 해방도 그들이 할일 가운데 하나라 한다.우리 문화유산이라 할 코리언 스마일이 도전받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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